[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 Renewable Portfolio Standard)가 발전업계의 뜨거운 감자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늘린다며 RPS 의무비율을 높여 가지만 업계는 발전소 체계를 당장 바꾸기 어렵다고 불만이기 때문이다.
RPS는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고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도입한 제도로, 50만㎾ 이상의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사는 의무적으로 신재생에너지를 일정 비율 이상 함께 생산하게 한 것.
◇차세대 신재생에너지로 꼽히는 태양열과 풍력발전(사진제공=뉴스토마토)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기준 RPS 적용대상은 한국남동발전 등
한국전력(015760) 발전 자회사 6곳과 SK E&S, GS EPS 등 민간 발전사를 포함해 총 13개 발전사업자다. 이들의 올해 PRS 비율은 각 2.5%로 발전사 전체로 계산하면 약 900만㎾h에 해당한다.
제도와 관련 업계의 고민은 중 하나는 정부가 RPS 의무공급률을 점점 높인다는 점이다. 산업부는 3월에 낸 RPS 운영체제 개편안에서 매년 RPS 비율을 0.5%포인트씩 높이기로 했다. 이에 올해 2.5%인 RPS 의무공급량은 2020년 10%까지 올라간다. 1000만㎾를 생산하는 발전사업자라는 100만㎾를 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하는 것.
그러나 발전업계는 RPS 공급량을 채우려면 발전소를 새로 짓는 방법뿐인데 이는 발전사 입장에서는 부담이라는 불만이다.
남동발전 관계자는 "적게는 수천억원, 많으면 조 단위로 들어가는 발전소 건설비용과 평균 5년 정도 걸리는 공사기간은 발전사에 큰 부담"이라며 "설사 발전소를 지으려고 해도 지방자치단체의 반대, 정부의 인·허가 지연 등 때문에 아무것도 못 하다가 건설 계획만 세우고 마는 경우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고민은 발전사가 RPS 의무비율을 지키지 않았을 때 물어야 할 과징금이다. 실제로 산업부는 지난달 신재생에너지 정책심의회를 열고 2012년 기준 RPS 공급량을 지키지 않은 남동발전과 SK E&S 등 6개 사업자에 총 253억6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2012년 기준 발전사별 과징금 부과 현황(자료제공=산업통상자원부)
이는 발전사 평균 40억원 수준. 가장 많은 돈을 물어낸 남동발전의 과징금은 106억원 규모로 이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20분의 1에 해당한다. RPS 의무공급비율 자체도 부담이지만 이를 준수하지 않았을 때 내야 하는 과징금 자체도 만만치 않은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RPS 불이행 과징금은 발전사에는 그야말로 폭탄"이라며 "발전사마다 RPS 의무공급량을 채우려고 안간힘이지만 현실적인 여건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 비교적 실적을 올리기 쉬운 우드펠릿이나 태양열 발전에 매달리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무관심인 발전사의 태도를 지적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해 기준 국내 발전사의 RPS 이행비율은 65% 수준"이라며 "전반적으로 업계가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무관심이기 때문에 정부는 다소 강제적인 정책을 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일부 발전사는 RPS를 지키기 어렵고 과징금 규모가 크다고 불만이지만 13개 발전사업자 중 RPS 의무공급량을 지킨 곳은 7곳이나 된다"고 강조했다.
RPS가 발전사에 부담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지킨 곳이 그렇지 않은 곳보다 더 많은 만큼 형평성 문제를 생각하면 과징금 부과는 부당한 게 아니고, RPS 비율이 꼭 달성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RPS가 꼭 필요한 제도라는 점은 인정했지만 제도의 융통성 있는 적용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는 원자력·석탄연료를 대체하고 새로운 산업을 육성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확보해야 하지만 발전사 입장에서는 투자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수익성이 날 때까지는 시장에 쉽게 뛰어들지 못한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정부가 RPS를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우리처럼 RPS를 운영하는 미국과 영국 등은 정부가 발전사에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비용을 보조하고 현행 태양광과 비태양광으로만 나뉜 RPS 분야를 더 세분화해 발전사 환경에 맞는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유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