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은행원으로 10년, 20년 근무하는데 학력이 무슨 의미가 있어요? 자기분야에서 일을 열심히해서 실적을 내고 능력이 있고 그러면 되는 것이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임기간 중 고졸행원 간담회에서 했던 발언이다. 이후 금융권 전반으로 고졸채용 '붐'이 일어났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5개 금융관련 협회와 '일자리 창출 추진현황 점검 간담회'를 열었고, 은행연합회와 금융투자협회도 2000명 규모의 중장기 채용계획을 발표하며 고졸채용 움직임이 확산됐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서 고졸채용 규모는 급격히 시들해진 모습이다. 올해 시중은행과 공기업의 특성화고등학교 채용인원은 400명 정도로 지난해에 비해 20%가량 줄었다.
올 하반기 대졸 채용규모가 800명으로 지난해 940여명에 비해 13.5% 줄어든 것과 비교해도 고졸 채용 규모의 감소폭이 더 큰 셈이다.
특히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고졸채용 규모는 현격히 줄었다.
지난해 일반직 6급 60명과 다이렉트 상품 상담 인력 60명 등 총 120명을 뽑았지만 올해는 일반직 6급 20명만 선발했다.
새 정부 들어 산업은행의 민영화가 중단돼 소매금융 분야의 인력수요가 사라지면서 자연스레 특성화고 졸업생들은 취업기회를 잃었다.
성기영 산업은행 부행장은 지난 8월 기자 간담회에서 "이제는 다이렉트 업무를 안 하기 때문에 고졸채용은 하지 않을 계획이다"고 말했다.
정부 소유의 우리은행을 비롯해 시중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특성화고 출신 200명을 선발했지만 올해는 138명으로 축소했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상반기 72명, 하반기 13명으로 85명 규모였지만 올해는 상반기에 40명을 채용했고 하반기는 아직 미정이다. 기업·농협은행은 지난해와 같은 규모를 선발하고 시중은행 중 하나은행만 소폭 늘렸다.
시중은행 인사담당자는 "고졸채용이 지난 정부의 아이콘이었다는 점에서 채용 축소는 정권교체와 연관이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권의 의지에 따라 채용규모가 들죽날죽하는 것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밀어붙이기식' 고졸채용 정책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가 고졸채용 확대라는 목표를 세우고 국책은행 중심으로 무리하게 밀어붙인 결과"라며 "정부 지시에 따른 전시성 정책이거나 현실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인 경우는 지속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