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검찰이 '2007년 남북정상 회의록 폐기 의혹' 중간수사결과 발표 당시 봉하이지원의 원본인 참여정부 청와대 이지원에 대한 분석을 다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수사결과 발표를 한 것을 두고 파문이 일고 있다.
검찰은 지난 2일 그간의 수사에 대한 중간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식 이관 기록물 중엔 회의록이 없다. 대통령 회의록이 일절 없다"고 밝혔다.
이어 "봉하이지원에서 삭제된 회의록을 우리가 찾아내 복원했으며, 그와는 별도로 존재하던 회의록 역시 우리가 발견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봉하이지원의 원본인 청와대 이지원에 대해서는 "나중에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참여정부 청와대이지원에 대해) 어느 정도는 확인됐는데 나중에 최종확정해서 말하겠다"고 추가적으로 말했다.
이 말대로라면 현재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되어 있는 청와대이지원에 대해 분석을 다하지 않고 국가기록원에는 회의록이 없다고 발표한 것이 된다.
기록관에 정식으로 넘겨진 참여정부 청와대 이지원은 대화록이 발견됐다는 봉하이지원의 원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8년 청와대이지원의 복제본을 만들어 봉하마을로 옮겨갔다가 다시 반환했다. 이번에 회의록이 발견된 것이 바로 이 봉하이지원이다.
검찰은 복제품인 봉하이지원에 앞서 정식 원본인 참여정부 청와대 이지원에 대한 분석을 다 마치지도 않고 국가기록원 이관물에는 회의록이 없다고 단정해 발표한 것이다.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된 청와대 이지원에서 회의록이 빠졌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복제본에 앞서 원본 분석을 끝내지 않은 점과, 미완의 상태에서 서둘러 국가기록원에는 회의록 자체가 없었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 '검찰의 수사 의도'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 4일 추가 설명을 요구하자 검찰측 설명이 달라졌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 2일 중간 수사결과를 설명할 당시 청와대이지원을 다 분석했느냐"는 질문에 "국가기록원의 지정 및 일반 서고에 대한 분석을 모두 끝냈다"고 확정적으로 답변했다. 청와대이지원에 대한 분석 여부에 대한 답변이 불과 하루 이틀 사이 바뀐 것이다.
지정 및 일반서고란 종이문서나 시청각자료, 역대 대통령 선물, 행정박물 등 비전자적 형태의 대통령 기록물을 이관한 것이다. 여기에 청와대이지원인 '이관용 외장하드'가 포함되어 있다.
설령 중간결과발표 당시 이미 '지정 및 일반서고'의 분석을 끝낸 상태였다고 하더라도, 중간수사결과를 설명하면서 수차례에 걸쳐 불분명한 답변을 한 것을 두고 이번 수사에 대해 검찰이 신중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봉하이지원 등에 대한 시스템에 대해서도 완전히 분석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결과가 서둘러 발표됐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 2일 봉하이지원 내에 삭제되었다가 복구된 회의록과 이와는 별도로 존재했다가 발견된 회의록에 대해 설명하면서 "시스템으로는 수사를 계속하고 있어서 조금 더 확인해봐야 한다"며 "최종적으로는 10월 중순 전에 끝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봉하이지원의 이관 문제에 대해서도 검찰은 "정식 이관한 것과 달라서 별도로 봐야 하며, 최종적인 건 봉하이지원을 완벽히 본 뒤에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며 봉하이지원에 대한 수사가 아직 계속되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같은 검찰의 태도에 대해 일각에서는 '국면전환용'으로 설익은 수사결과를 발표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국면전환용' 발표라는 여론의 이같은 비판에 매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4일 "압수수색한지 너무 오래됐고, 적절한 시기로 판단해 최소한의 것만 알려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정도로 발표할 때에는 어느 정도 확신이 섰기 때문"이라며 "그래도 완전한 결과가 나오려면 소환조사를 해야 한다. 수사를 훼손하기 보다는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8월16일 오전 국가기록원을 압수수색했다. 검사들을 비롯한 수사요원들이 국가기록원 내부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전재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