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임애신기자]
LG전자(066570)가 프리미엄 라인업 'G시리즈'의 기세를 몰아 태블릿PC 'G패드 8.3'을 출시했다. LG전자는 무난한 시장 재진입을 기대하고 있지만 시장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태블릿 시장이 매년 높은 수준의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지만 그만큼 벽도 높다.
LG전자는 7일 태블릿PC 재기작인 'G패드 8.3'을 국내에 공개하며 태블릿 시장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해 애플과 삼성전자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참패 끝에 태블릿 시장에서 철수했던 LG전자는 휴대성과 화질로 무장한 G패드로 '명예회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번 신제품에서 LG전자는 8인치대 태블릿PC로는 최초로 풀HD 해상도의 디스플레이를 구현했다. 또 무게 320그램으로 휴대성을 대폭 강화했다.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600 프로세서, 2GB의 RAM3를 지원하는 등 프리미엄급 성능을 자랑한다.
LG전자는 G시리즈의 시장 안착에 힘입어 G패드가 태블릿 시장에 성공적으로 데뷔하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태블릿PC 후발주자인 LG전자가 애플과 삼성전자 중심으로 짜여진 견고한 기존 시장 구도를 깰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모습이다.
또 LG전자가 G패드를 기획하며 경쟁제품으로 삼았던
삼성전자(005930)의 갤럭시노트8.0, 애플의 아이패드 미니 등은 이미 출시한 지 반 년 이상 지난 '노회한' 제품들이다. 삼성과 애플이 하반기에 7~8인치 태블릿 신제품을 내놓을 경우 도전자인 G패드에 대한 집중조명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도 있다.
◇7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열린 LG전자 'G패드 8.3' 국내 미디어 행사.(사진제공=LG전자)
당초 업계 예측과 달리 LG전자가 G패드 마케팅과 관련해 다소 미온적인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그만큼 마케팅 출혈에 대한 부담이 컸다는 지적이다.
이날 김종훈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담당 전무는 "별도의 마케팅 전략보다는 기존에 출시된 G2와의 연계 마케팅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애플, 삼성전자, 구글 등이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마케팅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과는 사뭇 대조된다.
가격대 또한 업계 관측보다 다소 높게 책정됐다. 후발주자인 만큼 공격적인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기 위해 30~40만원대 가격으로 출고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이보다 10여만원 높은 55만원으로 확정됐다. 올 초 출시된 갤럭시노트 8.0과 비슷한 가격대다.
LG전자 관계자는 "갤럭시노트 8.0, 아이패드 미니보다 더욱 성능을 강화했기 때문에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했다고 판단했다"며 "내부적으로 경쟁 제품군의 가격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하되 좀 더 경쟁력 있는 제품을 선보이는 방향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기능적 측면에서 경쟁 제품군과의 차별화 포인트가 모호하다는 점도 지적된다. LG전자는 갤럭시노트 8.0을 의식한 듯 G패드가 8인치대 태블릿 제품 중 유일하게 풀HD를 지원한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기존에 출시된 구글 넥서스7은 7인치 화면에서도 풀HD를 구현하는 동시에 30만원대의 저렴한 가격대를 갖추고 있다.
게다가 국내에는 갤럭시노트, 베가 넘버6, 옵티머스 뷰 등이 개척해 놓은 ‘패블릿’(태블릿과 스마트폰의 중간적 형태) 제품군이 널리 보급되면서 태블릿이 설 자리는 한층 더 좁아졌다는 게 중론. 패블릿 형태의 스마트폰이 틈새시장을 장악하면서 태블릿의 대체효과가 커진 것이다.
한편 지난해까지만 해도 태블릿 시장 진출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던 LG전자가 다시 태블릿 시장에 발을 들여놓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된다. LG전자 내부적으로는 태블릿에 대해 '검증되지 않은 제품'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의 한 관계자는 "재작년, 작년에 총 두 개의 태블릿 제품을 내놨었지만 다소 준비가 덜 된 감이 있었다"며 "모바일 기기 간 컨버전스(융합)와 TV에 대한 대체 수요로 태블릿이 떠오르는 등 더 이상 시장을 좌시하고 있을 수는 없게 됐다"고 방침 선회의 배경을 설명했다.
국내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태블릿 시장은 커지는 속도에 비해 제품 스펙이 향상되는 속도가 늦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안드로이드 OS를 차용한 태블릿 제품군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브랜드 파워와 가격 경쟁력, 마케팅이 승부를 가르는 시장으로 변모했다"고 분석했다.
G2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G패드까지 라인업을 보강, 확충했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다만 세계시장에서의 달라진 무게감은 G패드의 재진입에 큰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IDC 보고서에 따르면, 올 2분기 애플과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32.4%, 18.0%로 집계됐다. 스마트폰과 달리 태블릿PC 분야에서는 애플의 독주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아이패드가 지닌 대명사에 LG전자가 과감한 도전장을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