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한반도 프라이카우프(Freikauf)'를 제안했다. '프라이카우프'는 독일 통일 전 서독이 동독에 외환과 물자 등을 주고 정치범들을 송환받은 일종의 교환 프로젝트이다.
전 원내대표는 8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이산가족 문제는 정치적 사안과 구분해 인도주의와 동포애 차원에서 해결해 나가야 한다"며 '프라이카우프' 형식의 '남북 인도주의문제 대타협'을 제안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사진=민주당)
전 원내대표는 '한반도 프라이카우프'가 "북한에 현금이 아닌 현물 지원을 하는 조건으로 현재 생존해 있는 납북자, 국군포로까지 포함된 이산가족 7만여 명이 10년 내에 전원 상봉하는 '민족 대상봉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한반도 불신 프로세스'가 됐다고 비판했다. 전 원내대표는 "개성공단은 6개월간 중단됐고, 이산가족 상봉은 실현 직전에 파기됐다. 국민들은 한때 심각한 전쟁 불안에 내몰렸다"고 주장했다.
전 원내대표는 "남북간 분단 상황은 우리 경제를 평가하는 외부의 중요 관심사이며 이를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로 반영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어떤 측면에서도 경제 발전을 위한 단순 재정투자 보다 남북평화가 더 중요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갈수록 노골적인 군국주의적 야욕을 드러내는데 무능한 대북정책으로 소모적인 대결과 긴장에 국력을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 원내대표는 또 이날 연설에서 국정원의 불법대선개입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만천하에 드러난 국가정보기관의 불법 행위를 인정하고 사죄하기는커녕 오히려 감싸고 있다"며 "국정원의 대선 공작사건에 대해 박 대통령이 이제라도 잘못된 사실을 사실대로 인정하고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대통령 자리에 오르는데 국정원의 대선공작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국민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이 끝까지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것이 박근혜 정권의 모든 불안의 원인이자 불통의 씨앗이 될 것이며 결국 실패의 이유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 원내대표는 국정원 개혁이 국회 중심으로 이뤄져야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 '국정원 개혁 특위'를 설치해서 국정원 개혁을 위한 국정원법 개정과 국회의 민주적 통제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 원내대표는 '국정원 개혁'의 핵심이 '대공수사권' 폐지라고 밝혔다. 그는 "국내 및 국외, 대북 정보 수집업무를 제외한 수사권의 제한이 필요하다"며 "선진 민주 국가 중 정보기관이 수사권을 갖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정보기관의 수사권은 필연적으로 사찰과 미행, 도감청 등을 수반했고 이는 국민 기본권 침해로 이어졌다"며 "남북 분단의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검찰과 경찰의 대공 수사권으로 충분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전 원내대표는 "헌법을 수호해야 할 박근혜 정부는 민주주의와 민생, 남북평화와 신뢰를 짓밟는데 이미 이명박 정부를 능가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더하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며 "노태우, 전두환 군사독재시대를 거쳐 막걸리 유신시대로까지 되돌아갔다고 한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 8개월에 대해선 "'8대 불안'과 '8대 기만'으로 얼룩져" "국민들이 절망 속에 빠져들고 있다"고 혹평했다.
그는 '8대 불안'으로 ▲'국정원 사태·채동욱 사건' 민주주의 후퇴 ▲'막장드라마형' 인사참사 ▲'재정파탄 우려' 경제 무능·혼선 ▲'중산층·서민 쥐어짜는' 세제개편안 ▲'신뢰 없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고용불안과 노동무시 ▲'허언뿐인' 미래성장·창조경제 ▲'일본 수산물' 먹거리·'전세값 폭등' 주거 불안을 꼽았다.
또 '8대 기만'으로는 ▲경제민주화 포기 ▲기초연금 공약 철회 ▲4대 중증질환 진료비 보장 후퇴 ▲군 복무기간 단축 공약 폐기 ▲지지부진한 반값등록금 ▲전시작전권 재연기 ▲지방균형발전 포기를 지적했다.
전 원내대표는 "공약은 국민에게 다짐하는 공인된 약속"이라며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내걸고 표를 구걸하는 것은 양심불량"이라고 비판했다.
또 "더 나쁜 것은 사회적 지킬 생각도 없는 약속을 내걸고 당선된 후 아무렇지 않게 약속을 파기하는 행위다. 그것보다도 나쁜 것은 사회적 약자들의 절박함을 악용하는 선심성 미끼 공약을 내걸고 나중에 모른 척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가 대선에서 약속한 국민행복시대로 가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한다면 민주당도 진심을 다해 협력할 것은 협력하겠다"면서도 "그러나 국민과의 약속을 지금처럼 헌신짝 취급하고 국민의 뜻을 거슬러 끝내 잘못된 길로 간다면 민주당은 모든 것을 걸고 국민과 함께 단호하고도 전면적인 투쟁의 길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