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한승기자] 수입차의 기세가 무섭다. 국내 완성차 5사 중 3위인 한국지엠과 시장 쟁탈전을 벌일 정도로 자리를 굳혔다.
비록 지난달 한국지엠에 역전을 허용했지만, 수입차는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내리 4개월 동안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에 이어 업계 3위에 랭크되며 강세를 이어왔다.
아울러 올 상반기 10% 전후를 기록하던 국내시장 점유율도 지난 8월부터 11%를 넘어서며 두 자릿수대에 안착하는 추세다. 한국지엠을 넘어 국산차 업계 전반을 위협하는 상수로 떠올랐다는 평가.
물론 수입차 전체를 묶어 국내 제조사 1곳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그만큼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커졌다는 데 완성차 5사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8일 <뉴스토마토>가 수입차와 국내 완성차 5사의 월별 신규 등록대수를 비교 분석한 결과, 지난해 한국지엠에 눌리는 모습을 보였던 수입차가 올해 들어서는 한국지엠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과 9월을 제외하고 수입차는 올해 내내 한국지엠에 1600~3000대 가량 앞서는 결과를 보였다. 한국지엠이 수입차에 앞섰던 지난 3월과 9월 격차도 각각 905대와 584대에 불과했다.
◇수입차와 한국지엠의 올해 월별 등록대수 비교. 차이는 수입차에서 한국지엠의 등록대수를 뺀 수치.(자료제공=한국지엠,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향후 수입차의 시장 상황에 대해서도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
박은석 KAIDA 차장은 "9월 수입차의 신규 등록대수 하락은 물량부족으로 인한 일시적 영향이 크다"며 "이번달 물량 확보로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수입차 누적 생산대수는 21% 정도 늘어났다"며 "지금과 같은 분위기를 유지한다면 전년 대비 20% 성장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수입차의 성장은 한국지엠 뿐만 아니라 국내 자동차 시장의 절대강자인 현대·기아차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지난 8월 69.7%를 기록하며 70% 아래로 떨어졌던 현대차와 기아차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9월 들어서도 전월 대비 1%포인트 가까이 하락하는 부진을 보였다.
특히 수입차가 3000cc 이상 대형 차량에서 3000cc 이하로 눈을 돌리면서 현대·기아차와의 정면대결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달 3000cc 미만은 수입차 전체 등록대수의 87.2%를 차지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6%포인트 급증했다. 높은 인지도와 기술력에 합리적 가격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은 한층 넓어졌다는 분석이다.
반면 현대·기아차는 최근 누수와 브레이크 불량 등 품질문제로 신음하고 있는 터라 이 같은 고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현재 수입차의 시장점유율이 11% 수준인데 15%까지는 성장할 것"이라며 "국산차의 수성과 수입차의 공략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국산차와 수입차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은 소비자 중심으로 시장이 바뀐다는 것을 의미해 긍정적"이라며 "이 같은 경쟁이 선진 시장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돼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국내 완성차 5개사와 수입차 월별 등록대수 비교 그래프.(자료=각 사 및 한국수입자동차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