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국회 국정감사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공공기관의 기강 해이와 방만 경영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천문학적 부채에 불구하고 기관장과 직원들이 억대 연봉을 받는가 하면 규정을 어긴 수천억원대 학자금 지원으로 과도한 복지수혜라는 눈총도 사고 있다.
8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부처와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기준 국내 295개 공공기관의 총 자산은 731조2000억원, 부채는 493조400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당 부채가 1조600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
전년과 비교했을 때도 총 자산이 35조원 증가하는 동안 부채는 34조원 늘어나 공공기관의 재무관리 상태가 심각했고, 특히 유동성 위기 가능성이 큰 단기지급능력 부족 상위 10대 기관의 부채는 219조원으로 전체 부채의 절반이나 됐다.
◇단기지급능력 부족 상위 10대 공공기관의 주요 재무상태(2012년 기준)(자료제공=산업통상자원부)
박홍엽 국회 예산처 공공기관평가과장은 "해외 자원개발사업을 진행했거나 부동산 개발사업용 재고자산을 가진 공공기관의 투자수익이 저조했다"며 "단기지급능력이 부족한 10여개 공공기관은 유동성 관리가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공공기관들은 그간 기관장과 직원들이 고액 연봉을 받아 왔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
http://www.alio.go.kr)와 이헌승 새누리당 의원의 자료를 보면 산업부와 국토부 산하기관의 평균 연봉은 매년 증가세였다.
이 중 지난해 기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과 수출입은행 평균 연봉은 각 9396만원과 9360만원으로 1억원대에 근접한 주요 공공기관 27곳의 평균 연봉은 7009만원으로 이는 30대 기업 평균연봉인 6090만원보다 900만원 정도 더 많았다.
이헌승 의원 측 자료를 봐도 국토부 32개 공공기관 중 억대 연봉자 수는 4년 새 2.3배나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직원 7명당 1명의 연봉이 1억원 이상이며, 해양환경관리공단 이사장의 연봉은 2억1000만원이나 됐다.
◇주요 공공기관별 임금현황(자료제공=알리오)
직원에 대한 과도한 복지혜택도 문제다. 정수성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산업부 공공기관들이 지난 2010년부터 3년간 직원의 대학생 자녀 학자금 지원에 쓴 돈은 무상 지원금 1245억원, 무이자 융자금 1526억원 등 무려 2800여억원에 달했다.
또 산업부 공공기관이 직원에 제공한 복지포인트도 2530억원 상당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한수원을 비롯 한전 발전 자회사 등 발전분야 13개 기관은 1600억원을 지급했고 석유공사 등 에너지 관련 기관들이 800여억원을 직원에 나눠줬다.
특히 학자금 지원은 공공기관의 재무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기재부가 대학생 자녀 학자금 무상 지원제도를 폐지한 지침까지 어긴 것으로, 부채가 많아 단기지급능력 부족을 겪는 공공기관 대부분이 이에 해당됐다.
연봉 상승과 복지혜택은 직원의 사기를 높이고 근무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필수 요소. 그러나 재무 상태가 어려워 매년 부채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는 허리띠를 졸라매도 모자란데 공공기관이 제 밥그릇 챙기기만 급급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행정학회 관계자는 "한수원은 원전 납품비리 등을 일으켰고 전력 공기업은 전력난으로 수백억원의 혈세를 버린 상황에서 부실경영과 제 잇속을 챙기는 모습은 조직기강이 얼마나 해이한지 보여준다"며 "공공기관이 신의 직장이라는 비아냥에서 벗어나려면 국민과 고통을 분담하고 솔선수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의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는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홍엽 국회 예산정책처 과장은 "공공기관의 부실한 단기지급능력 예상치 못한 경제적 상황에서 위기요인이 될 수 있다"며 "일본처럼 개발사업이 실패하면 원리금 상환액을 감면하는 성공불융자방식을 도입하고 공공기관이 추진하는 사업에 대한 예비 타당성조사 확대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