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여성 경제대통령 '옐런'에게 던져진 과제는?

경제에 타격없이 양적완화 축소하는 방법 찾아야
FOMC 구성원 조율하는 '의사소통능력·리더십' 중요

입력 : 2013-10-10 오후 5:14:53
[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각) 자넷 옐런(사진) 미 연방준비제도(Fed) 부의장을 차기 의장으로 공식 지명했다.
 
옐런 지명자가 연준의장으로 확정될 경우 그는 연준 역사상 최초의 여상 의장이자 최초의 내부승진 의장이 된다. 또 1979년 폴 볼커 전 의장 이후 첫 민주당원 의장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옐런 지명자가 버냉키 의장의 금융·통화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동시에 기존에 연준에서 시행하던 통화정책을 어떻게 마무리 지을지가 가장 큰 과제로 떠오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비둘기파'..버냉키 정책 이어갈 듯
 
(사진=백악관)
옐런 지명자는 지난 1977년과 1978년 2년간 연준 이사회 경제연구원으로 연준과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학계로 돌아갔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7년부터 1999년까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경제 고위관료로서의 경력을 쌓아왔다.
 
시장에서 옐런 지명자는 물가상승 억제보다는 고용개선을 더 중시하는 대표적인 '비둘기파'로 꼽힌다. 그는 초저금리 기조 유지와 대규모 채권매입 등을 통한 경기부양책을 옹호해왔다.
 
지난 2010년부터 버냉키 의장의 오른팔 역할을 하며 매달 85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매입하는 양적완화 시행을 주도해왔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체이스 이코노미스트는 "옐런이 임명되면서 버냉키 의장의 정책이 유지될거라는 기대감이 생겼다"며 "통화정책(양적완화)에 있어서 옐런은 친숙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옐런 지명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에서 벗어나 경기 회복을 이끌기 위해서는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옐런이 연준의장이 되면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는 연준의장 자리에 앉는 첫번째 여성이 자,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와 독일의 앙겔라 마르켈 총리와 함께 세계 경제를 이끄는 여성 트로이카가 될 전망이다.
 
◇'언제·어떻게' 양적완화 축소하느냐가 관건
 
하지만 이날 발표된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양적완화 축소의 향배가 여전히 불투명한 것으로 나타나 옐런 지명자가 언제 어떻게 양적완화 축소의 고삐를 쥘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제에 타격을 주지 않으면서 어떻게 양적완화를 축소할지의 문제가 옐런이 가장 먼저 당면하게 될 과제"라며 "연준이 버냉키 의장 재임 기간 동안 양적완화 축소를 시작한다 해도 그 속도는 결국 차기 의장이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CBS도 "FOMC 회의록에서는 위원회가 두 갈래로 갈라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옐런 지명자의 첫번째 과제는 850억달러에 달하는 채권매입 중단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옐런 지명자가 양적완화 출구전략에 있어서 고용률을 중시하는 기존의 비둘기파 성향을 고집할 경우 인플레이션 문제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앨런 멜처 카네기대 멜론스쿨 교수는 "옐런 지명자가 실물경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강하게 펼칠까봐 우려된다"며 "그는 고용문제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인플레이션 문제는 간과하는 연준의 전통을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연방정부의 일시폐쇄사태로 노동부의 고용보고서 등 각종 경제지표의 발표가 미뤄지고 있어 당분간은 양적완화 출구전략 결정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IMF는 이날 펴낸 보고서를 통해 "연준이 섣불리 양적완화 출구전략에 나설 경우 국제 채권시장에 2조3000억달러의 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IMF는  버냉키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 관련 발언을 한 이후 시장 변동성이 급격히 커진 것은 연준이 서두를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위험성을 보여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견 조율 · 이사회 임원 선정도 숙제
 
양적완화 축소와 관련해 FOMC 내에서 의견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어 옐런 지명자의 의사소통 능력도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옐런 지명자는 양적완화 출구전략에 대해서 위원회 구성원의 의견을 모으는 문제 뿐만 아니라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구축하는 문제 또한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강한 비둘기파 성향에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쪽으로 역할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옐런 지명자는 이사회 임원 선정이라는 숙제도 안고 있다.
 
내년1월을 끝으로 버냉키 의장이 연준을 떠나면 차기 의장은 오바마 대통령과 협의해 이사회 멤버 7명중 4~5명의 자리를 채워야 할 전망이다.
 
현재는 비둘기파 성향이 강한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준 총재와 에릭 로젠그린 보스턴 연준 총재가 FOMC에 참여하고 있으나 내년에는 이들 자리에 매파 성향의 구성원이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CBS는 이에 대해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FOMC 구성원을 조율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옐런 지명자가 차기 연준 의장이 되기 위해는 우선 상원의 인준 청문회를 통과해야 한다.
 
미 의회가 차기 연준의장 후보에서 자진 사퇴한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보다는 옐런 지명자를 더 선호한다는 점에서 옐런 지명자의 인준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상원 민주당 의원 20명은 이례적으로 오바마 대통령에게 옐런을 지지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다만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옐런 지명자의 통화정책이 인플레이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인준을 반대하고 있다.
 
의회의 인준을 받으면 옐런 지명자는 내년 2월부터 연준 의장직을 수행하며 FOMC 회의 등을 주재하게 된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원수경 기자
원수경기자의 다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