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노조 활동을 무력화하는 방안을 기업에 자문한 '창조컨설팅'으로부터 공인노무사 자격을 박탈한 행정처분은 적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11부(재판장 문준필)는 11일 창조컨설팅(창조) 대표 심모씨(52)가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낸 공인노무사 등록취소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창조의 문건은 사용자에게 노동조합의 금속노동조합 탈퇴, 조직형태 변경 등을 유도·지원하는 방식"이라며 "노동조합의 조직과 운영에 개입해 단체교섭을 지연하는 행동계획 등 내용이 구체적이어서 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노동조합 조직과 운영, 개입 또는 단체교섭의 지연을 유도하는 등의 지도·상담은 헌법에서 규정한 근로자의 자주적인 단결권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원고는 사용자로 하여금 노동조합 조직과 운영에 개입하도록 하는 등의 자문을 했고, 사용자에게 부당노동행위에 관한 구체적인 실행계획까지 제시한 사실에 비춰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처분이 재량권 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2012년 9월 창조가 기업들을 상대로 제공한 이른바 '노조파괴' 컨설팅의 전말이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나자, 고용노동부는 공인노무사징계위원회를 열어 창조컨설팅의 인가를 취소했다.
예컨대 창조는 2010년 노사분규가 장기화된 발레오 측에 노동조합의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기업별 노조로 전환할 수 있는 예상 시나리오를 골자로 하는 자문을 제공했다.
창조 측은 '자체적으로 조직형태를 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최종 법적 판단을 받기 전까지는 2~3년의 기간이 소요된다. 기업별 노조가 완전히 장악하면 현 지회 집행부나 금속노조가 쟁송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 등이 담긴 자문을 제공했다.
이후 발레오지회는 전체 조합원 97.5% 찬성으로 조직형태 변경을 결하고 전국금속노동조합을 탈퇴한 뒤 기업별 노조인 발레오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유사한 내용으로 상신지회와 유성기업 노동조합도 창조의 컨설팅을 받았고, 해당 기업의 노동조합은 설립형태가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바뀌는 등 노조의 단결력이 느슨해지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이에 창조는 "기업의 노사분규를 수습하고 상생적 노사관계의 정립을 목적으로 하는 자문계약을 맺은 것뿐"이라며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