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이명박정부 5년 동안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감경률이 58.5%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가 민주당 김기식 의원에게 제출한 '2008년 이후 과징금 부과현황'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5년 동안 공정거래 관련법 위반으로 총 8조6824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매겼지만 최종 부과된 과징금은 3조6050억원으로 줄었다.
결과적으로 공정위가 처음 부과한 과징금에서 5조770억원에 이르는 액수를 깎아준 것이다. 이를 비율로 환산하면 감경율만 58.5%에 이른다.
올해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에 따르면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2월25일부터 8월12일까지 공정위는 기본산정과징금으로 6269억원을 매겼지만 최종 부과된 과징금은 1985억원으로 줄었다. 감경액은 4283억원, 감경률은 68.3%에 달한 것이다.
이처럼 공정위가 처음 부과한 과징금과 최종 부과한 과징금 사이에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과징금 조정과정에서 '감면'을 거쳤기 때문이다.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에 따르면 과징금은 총 3단계를 거쳐 산정하도록 정하고 있다.
문제는 1차 조정단계의 감경율이 1.1%, 2차 조정단계의 감경율이 11.2%인 데 비해 최종부과단계의 감경율은 52.7%에 달한다는 데 있다.
3차 조정은 법위반사업자의 과징금 부담능력, 사업자의 위법행위가 시장에 미치는 효과 등을 감안해 50%까지 과징금을 깍아줄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데 사실상 공정위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고시에도 없는 사유를 들어 과징금을 발견해준 사례가 국정감사에서 지적되기도 했다.
김 의원은 15일 "KT와 SK텔레콤은 방통위에서 이미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며 3차 조정과정에서 50%, 10%씩 과징금이 감경됐고 레이디투어라는 회사는 소비자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노력한 점을 감안해 과징금의 30%를 깎아줬다"며 "이런 규정은 과징금 고시에도 없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불법행위로 인한 이익이 과징금으로 인한 불이익보다 훨씬 커서 불법행위가 계속되고 있다"며 "공정거래법상 과징금의 성격을 부당이익 환수에서 불법행위에 대한 제재로 강화하고 과징금 하하넌을 두는 등 과징금체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란 많은 리니언시제도(자진신고감면제도)에 공정위가 지나치게 의존하고 지적도 나왔다.
새누리당 성완종 의원은 "최근 5년간 공정위가 부과한 카르텔 과징금 가운데 86.7%는 리니언시를 적용한 데서 나온 과징금"이라고 지적했다.
성 의원에 따르면 담합에 따른 전체 과징금액수에서 리니언시가 적용된 과징금 액수는 해마다 증가추세다.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이 비율은 73.2%, 80.2%, 95.1%, 96.7%로 올랐다가 지난해에만 68.2%로 줄었을 뿐이다.
최근 5년치 통계를 내보면 86.7%로 '담합'을 제일 먼저 자수하면 과징금을 대폭 깎아주거나 면제해주는 제도 특성을 감안할 때 과징금을 면피한 기업도 그만큼 늘었을 것이라는 게 성 의원 지적이다.
공정위가 성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공정위가 지난 2011년 적발한 담합사건은 모두 34건으로 이 가운데 공정위가 자체 적발한 사건은 2건에 그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나머지 32건은 리니언시 제도로 적발해낸 것이다.
성 의원은 "최근 5년간 리니언시 적용사건 가운데 과징금을 부과 받은 92건을 분석한 결과 무려 33건에서 감면액이 최종부과과징금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시장점유율이 높은 담합 주범들에게 리니언시가 면죄부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한 만큼 조속한 시일 안에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