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제값받기', 묘수인가 악수인가

결국은 '품질'.."제값받기는 품질보장 전제로 가능"

입력 : 2013-10-15 오후 5:10:32
[뉴스토마토 이한승기자] 지난 2010년 시작된 현대·기아차의 '제값 받기' 정책.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추진한 글로벌 판매 전략으로,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 태어났다. 값싼 중저가의 이미지를 털고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재탄생하겠다는 의지였다. 이는 곧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함을 의미한다.
 
상황은 녹록치 않다. 올해 들어 국내는 물론 미국과 유럽시장까지 엔저 날개를 단 일본 자동차 업체들과의 경쟁이 한층 심화된 데다, 품질논란까지 터지면서 현대·기아차의 '제값받기' 전략이 자칫 '묘수'에서 '악수'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낳고 있는 실정.  
 
기아차는 오는 22일 '2세대 신형 쏘울' 발표회를 열고 본격적인 내수 판매에 돌입한다. 같은 시기 기아차는 미국에서 트림별 최대 500달러 인상한 쏘울을 공개할 계획이다. 미국시장 내 쏘울의 판매가는 1.6 GDI 기본형 1만6700달러로 기존 모델 1만6200달러 대비 500달러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올 들어 K7(현지명 카덴자)에 이어 쏘울까지 경쟁모델 대비 높은 가격을 책정하면서 '제값 받기' 정책을 강력히 밀어 붙이고 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높아진 브랜드 인지도와 함께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달라진 위상에 가격을 올려도 시장이 반응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신차가 나오면 통상적으로 가격이 올라간다"며 "'제값 받기'는 단순히 가격을 올리는 게 아니라 동일 스펙의 경쟁차량과 가격을 비슷하게 맞추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시장에서 이미 품질은 인정받고 있고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도 분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일각에선 현대·기아차의 '제값 받기' 전략이 이른 감이 있고,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부정적 의견도 내놓고 있다.
 
실제 가격이 인상됐던 지난 2월 이후 쏘렌토의 3월 판매량은 증가했지만, 불과 4개월 만인 6월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무려 1500대 가량 감소했다. 지난 4월 브레이크등 스위치 결함으로 현대차와 기아차 주력차종 190만대가 리콜되면서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은 탓도 컸다.
 
이같은 악재는 판매 실적으로 이어졌고, 급기야 현대·기아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7%대까지 곤두박질쳤다. 간신히 지난달 8%대를 회복했지만, 여전히 전년 동월 대비 0.9%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한 번 터진 품질 논란은 어렵사리 쌓아온 시장의 신뢰를 일거에 무너뜨릴 수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과 교수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 측면에서 '제값 받기'는 중장기적으로 효과적인 전략"이라면서도 "'제값 받기'는 품질이 보장된다는 가정 하에 가능한데 리콜이 많아진다는 것은 품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므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품질과 가격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지 않으면 미국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전세계 시장에서 추진되고 있는 '제값 받기' 정책이 국내 자동차 가격 인상을 위한 사전작업으로 분석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업계 관계자는 "비록 최근 현대·기아차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60% 후반대까지 떨어지면서 가격 인상이 쉽지 않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이 활성화 된다면 언제든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수시장에서 고가의 수입차 판매가 늘면서 현대·기아차 역시 프리미엄 세단이나 SUV 등에 있어 고가 정책으로 경쟁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반론도 있다. 이현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내수 부진이 전체 판매량에 영향을 줄 정도로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해외시장에서는 공급이 부족해 물량을 맞추지 못하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와 해외는 시장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수출 자동차 가격 인상이 국내에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기아차의 '올 뉴 쏘울'.(사진제공=기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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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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