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가 15일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사진=이준혁 기자)
[김해국제공항=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지난해 일본에 진출한 후 다시 프리에이전트(FA)가 된 이대호가 15일 김해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소속팀인 오릭스 버펄로스의 주포로 맹활약을 펼친 이대호는 올해 141경기에서 '24홈런, 91타점, 타율 3할3리(521타수 158안타)'의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소속팀 내에서 압도적 선두며(홈런·타점·타율 1위), 퍼시픽리그 내에서도 홈런 6위, 안타 8위(158개), 타점 공동 6위, 장타율 7위(0.493), 출루율 8위(0.384)에 오르며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활약을 했다.
결국 오릭스는 이대호의 잔류 방침을 세우고 2년간 7억엔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대호 측은 협상을 시작할 수 있는 최저 하한선을 2년간 8억엔으로 보고 있다. 일본 내 다른 팀과 미국 메이저리그로의 진출 또한 가능하단 입장이다.
다음은 이대호와의 일문일답.
-이번 시즌을 돌아보며 스스로 어떻게 느끼는지.
▲작년 시즌과 같다. 아쉬운 점이 있다. 작년 시즌은 도전의 해라 긴장을 많이 한 것이 있는데 올해는 초반에 좋았다. 그렇지만 이후 떨어졌다. 생각했던 것보다 못해 아쉬운 점이 많다. 기분좋게 귀국할 수 있었는데 마지막에 좀 부족한 점이 아쉽다고 본다. 중간에 떨어진 부분이 많이 아쉽다.
-시즌 막판에 조금 부진한 모습을 보였는데 이유는.
▲시즌을 앞두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과 함께 일찍 훈련하며 초반 페이스가 빨리 올라왔다. 그런데 여름 들어 나도 모르게 체력이 약간 떨어졌다. 팀이 3강에서 멀어지다 보니, 집중력이 조금 떨어진 부분도 있다. 왠지 모르나 3위 이상의 팀과 붙으면 이길 수 없는 것 같다. 이겨내야 하는데 부족했던 것 같다.
-오릭스와 재계약 여부에 세간의 관심이 쏠려있다.
▲잔류 여부는 정말 나도 모른다. 내가 최종 계약할 때까지는 어디로 갈지 나도 정말로 모른다. (웃음) 모든 것을 생각 중이다. 후회할 수 없는 곳을 찾을 것 같다. (어떤 팀으로 가든) 모든 국민이 응원해줄 것으로 믿겠다.
-일본 언론에서는 오릭스가 잔류시키고 싶단 얘기가 나온다.
▲최근 구단 관계자와 만났다.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내용처럼) 7억엔은 맞다. 남아달라고 부탁은 한다. 선수들이나 프런트, 감독 모두 잘 해주신다. 마음은 오릭스에 남고 싶다. 하지만 나는 '프로선수'이기 때문에 연봉으로 인정을 받는다. (오릭스가 당초 제시한 금액에 대해) 상상해보지 않았다고 얘기하고 나왔다. (FA의 계약에 있어) 에이전트도 없이 얘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구단의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좋은 에이전트를 만나 여러가지 계획을 생각하려 한다.
-금액은 어느 정도 생각을 하나.
▲나는 프로선수다. 오릭스가 참 좋지만 (금액 면에서) 인정받아야 할 부분도 있다. (2년간 7억엔은) 생각해 보지 않은 액수다. 조건이 좋다면 1년 계약도 가능하다.
- 오릭스와의 계약과 관련해 종신계약에 관련된 이야기도 나온다.
▲(단호하게) 일본말로 '종신'이 뭔지도 모른다.
-구단이 차기 주장과 감독 감으로 이대호를 원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이대호가 리더십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일본말도 할줄 모르는데 소통도 어려운 내가 어떻게 주장이 되겠나. 그리고 좋게 말하면 리더십인데 나쁘게 말하면 성격이 좋지 않다. (웃음) 한국말로 (그들이 원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주입시켰다. 내가 프로를 10년간 했기에 후배들에게 조언할 수 있는 것 조언해줘서 자연스레 따라왔다. 어린 선수 중 잘 하고 싶은 의욕있는 선수가 많다.
-메이저리그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와 계약설도 있었다.
▲어디서 올렸는지 몰랐는데 기사가 나왔다. 일본에서 보라스 측 한국인 관계자를 만나서 식사를 한 것은 맞다. 메이저리그 등에 대해 조언을 구한 적은 있다. 저도 보라스가 좋은 에이전트는 맞다고 보기에 조언을 구할 생각으로 만났던 것이다. 하지만 계약을 한 적은 없다. 일단 올해까지 함께했던 기존 에이전트는 바뀔 것 같다. 새 에이전트와 계약을 한다면 공식적으로 밝히겠다."
-일본 구단과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이 같은 조건을 제시한다면 어디로 가겠나.
▲똑같은 조건이라면 미국을 가겠다. 11월30일까지는 오릭스 소속이라 특정구단 이름을 밝힐 시기도 아니다. 어느 팀이 됐건 후회 없이 야구를 할 수 있는 팀이면 된다.
-일본 내에서 요미우리처럼 우승을 할 수 있는 구단에 가고 싶은 생각은.
▲일단 아직도 오릭스에 대한 마음은 많이 남아있다. (잠시 한숨을 쉬고) 나를 필요로 하는 팀은 이미 상위권에 있는 팀이 아니다. 나를 가장 원하는 팀은 클라이막스에 올라르지 못한 팀일 것이다. 내가 가서 우승을 시킬 수 있고, 할 수 있는 팀이 원하지 않겠는가. 흔히 말하는 좋은 팀에서 뛰고 싶단 생각도 있다. 하지만 좋은 팀에서는 저를 원하지 않으니 슬픈 이야기죠.(웃음)
-금액과 우승 중 어느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웃으며) 나도 사람이다. 우승도 할 수 있고, 금액 면에서도 좋은 조건인 팀에 최우선으로 가고 싶다.
-가족이 오릭스의 연고지인 오사카를 떠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소문도 있다.
▲(오릭스의 연고지인) 오사카에 정이 많이 들었다. 오릭스 구단에서 가족에 대한 숙소도 신경을 많이 써줬다. 그러나 야구는 내가 하는 것이지 가족들이 하는 것이 아니다. 가족 때문에 계약을 하고 하지 못하는 일은 절대로 없다. 최종 선택은 내가 한다.
-류현진과 추신수 등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가고 싶지 않은가.
▲메이저리그는 모든 야구선수들의 '꿈'이다. 나도 역시 그렇다. 두 사람의 경기를 잘 보고 있다. 오늘 류현진(LA다저스)이 이겼다. 기쁘게 생각한다. (류)현진이와 스마트폰 메신저 등으로 안부를 주고 받는다. 내가 미국에 간다면 반대로 내가 현진이에게 조언을 구해야 겠다.(웃음)
-한국에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일단 이번 달까지는 쉬고 싶다. 다음 달부터는 웨이트할 것이다. 다음 달부터는 에이전트 계약건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 빨리 움직이는 것도 알려줘야겠다. 변호사(현재 이대호의 에이전트가 변호사임, 미토 시게유키)는 바뀔 것 같다. 미국과 일본을 함께 할 수 있는 에이전트를 구하련다.
-올해도 연탄을 나르나.
▲이벤트는 12월에 항상 있다. 찾아갈 수 있는데 찾아가고, 만날 수 있는데 만나고. 워낙 유명하고 잘 하는 (류)현진이나 (추)신수가 있기에 저는 조용히 숨어서 좋은 일을 하겠다. (웃음)
-오승환이 일본에 진출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어떻게 보나.
▲일본에 진출하면 성공할 것 같다.
-롯데가 포스트시즌에 떨어졌다.
▲(경기를) 봤는데 일단 누가 봐도 삼성이 강팀이다. 롯데는 전력이 떨어졌다. 누가 봐도 안다. 전광판 멤버 9명을 보고 누가봐도 이긴다고 생각해야 이긴다.
-오릭스 홈 구장에 한국인이 많이 찾아왔다.
▲한국 팬은 목소리가 크다. 한국 팬은 응원 하나는 대박이다. 한국 팬들은 10번 롯데 유니폼 입고 오시니 쉽게 알고 던진다. 한국 유니폼은 모두 던져줬다. 두산 유니폼도 LG 유니폼도 한국 유니폼을 입은 분들은 공이 보이면 모두 던져줬다. 아직 내가 컨트롤은 살아 있다. (웃음)
-마지막으로 각오 한 마디 부탁한다.
▲각오는 없고 일단은 쉬고 싶다. 지쳤다. 좋은 선택해서 팬들이 내년에 즐거울 수 있도록, 올해보다 좋은 모습과 나은 모습으로 팬들에게 나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