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승수)
[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국토교통부는 17일 최근 전세시장 동향을 분석해 비수기인 7~8월 전국 전셋값이 1.1% 상승하며 예년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였지만 성수기인 9월들어 예년 수준인 1.0% 이하로 떨어졌다는 통계 자료를 내 놓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전세가격은 통상 봄·가을 이사철에 상승률이 높고 그 외 기간에는 비교적 낮은 상승률을 보인다"며 지난 여름 이상 급등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봤다. 당연히 높은 상승세를 보였어야 할 이번 가을은 8.28전월세대책이 추가 급등을 억제한 것으로 진단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요즘 시장의 이철과 성수기의 변화를 직시하지 못한 오류를 범했다.
과거 전세 계약이 현재보다 수월했을 시기에는 전셋집 찾기와 실제 이사가 근시일 안에 이뤄죴다. 그렇지만 2011년 시작된 전세대란을 겪고, 전세난민 위기에 처했었던 지금의 세입자들은 전셋집을 선점하기 위해 비수기 미리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는 이미 시장에 널리 알려진 전세 난민들의 동향이다.
국토부가 규정지은 전세 성수기는 2~3월(봄)과 9~10월(가을)이다. 이사는 국토부의 주장대로 봄·가을에 몰리지만, 전셋집 수요는 여름·겨울부터 한발 앞서 서두른다. 즉 계약이 몰리는 성수기는 국토부가 비수기라고 부른는 시점다.
서울 서초구 중개업소 관계자는 "과거에는 여름·겨울 전세가 몰리는 지역은 새학기를 앞둔 강남과 같은 교육특구정도였지만 지금은 이사철을 대비해 여름과 겨울에도 전셋집을 찾아 세입자들이 더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푼이 아쉬운 세입자 사정 돌보는 것부터
최근 전세집의 월세 전환 증가로, 세입자의 주거 부담이 커지는 부분도 안일한 진단을 내렸다.
국토부 관계자는 "보증금을 활용한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황에서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며 월세 전환이 늘고 있지만 과거 9~10%에 달했던 전환율이 6~7%로 떨어지고, 월세값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매월 주거비를 내야하는 월세 세입자가 늘어나는데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부담이 경감되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 다소나마 안도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현실은 안도할 수준이 절대 아니다.
전월세전환율이란 전셋집을 월셋집으로 전환하고자 할 때 적용되는 비율이다. 전세금에서 월세 보증금을 뺀 금액으로 월세를 나눈 뒤 100을 곱하면 된다. 여기에 12(개월)를 곱하면 연(年) 전월세전환율이 된다.
실제 현장의 전월세전환율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월세 산정의 절대적 기준인 전세금이 급등하며 월세 부담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산술적으로 과거 2억원이었던 전셋집을 월셋집으로 바꾸고자 할 때 보증금 1억원에 전환율 10%를 적용할 경우, 월세는 100만원을 내면 됐다. 하지만 최근 전셋값이 3억원 올랐다면 보증금 1억원에 전환율 7%를 적용할 경우, 140만원을 월세로 내야한다.
실제 지난 2009년 입주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는 당시 5억원이었던 전세값이 최근 9억원으로 급등하는 등 전월세전환율 하락폭 이상으로 전셋값 오르며 월세액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계절과 수급에 따라 등락은 있겠지만 절대적 기준인 전세값이 떨어지거나 없어지지 않는다면 눈에 띄는 월세값 하락은 어려운 구조다.
장재현 부동산뱅크 팀장은 "월세시장은 한번의 거래로 끝나는 매매와 전세와 달리 매월 돈을 내고, 집마다 지역마다 다른 기준이 있어서 정부가 개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거액의 보증금이 있는 전세보다 자금력이 많이 부족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세대란 등 격변기를 거치며 전세시장 구조는 급변하고 있는데 국토부는 통계와 숫자놀이에 빠진채 시장을 좌시하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을 벌이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빠르게 변하는 세상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