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클리어쾀 도입이 확정된 가운데 케이블 업계 내에서도 사업자 별 상황에 따라 상반된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전환율이 낮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와 개별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은 대부분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디지털전환율이 높은 MSO들은 클리어쾀이 수익 모델로서는 아무런 이점이 없고 오히려 가전사만 이득을 볼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저가형 상품의 고착화에 대한 전망도 제기된다.
18일 미래창조과학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는 12월부터 클리어쾀 TV가 보급될 예정이다. 12월 2일부터 LG전자, 삼성전자, 대우디스플레이 등 3개 제조업체에서 저소득층과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한 클리어쾀 TV 8종을 출시한다. 가격대는 24인치가 20만원대, 42인치가 60만원대다.
국내 제조사들은 이미 클리어쾀 수신기를 내장한 TV를 생산하고 있다. 미국은 클리어쾀 기능이 없는 디지털TV는 판매를 금지하고 있어 미국에 TV를 수출하는 업체는 클리어쾀 수신기를 넣어 TV를 만든다. 제조사들은 내수용과 수출용을 구분하지 않고 TV를 생산한 후 국내 시판용에는 클리어쾀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지 않는다. 이번에 171만의 저소득층 가구에 보급될 클리어쾀TV는 이 소프트웨어까지 포함한 제품이다.
미래부는 이르면 다음달 중으로 클리어쾀 채널 구성도 확정할 계획이다.
클리어쾀은 셋톱박스 없이도 TV 내에 설치된 클리어쾀 수신기를 통해 디지털 케이블 방송을 시청할 수 있도록 한 전송방식이다. 셋탑박스 사용이 익숙하지 않거나 요금 인상을 원하지 않는 가입자들에게도 디지털 방송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디지털 케이블 전환율을 쉽게 끌어올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양방향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고 제공 채널수가 한정돼 다양한 채널을 즐길수 없다.
(사진=조아름기자)
클리어쾀 서비스 시행을 앞두고 케이블 업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디지털 전환율이 낮은 MSO와 중소SO들은 디지털전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농어촌 등 지방을 거점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은 디지털 방송에 대한 가입자들의 인식이 낮고 투자 여력이 낮아 어려움을 겪어 왔다.
CMB 관계자는 "클리어쾀은 디지털 전환율이 낮은 지역에 집중해 시행할 필요가 있다"며 "시범 서비스를 시행한다면 지역 선정에도 이런 부분이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CJ헬로비전과 티브로드 등 다른 사업자들은 가입자당 매출액(ARPU)이 낮아질까 우려하는 눈치다. 클리어쾀은 VOD(주문형비디오), T커머스 등 양방향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기 때문에 별다른 수익 모델이 없다.
또 저소득층이나 차상위계층이 구입한 클리어쾀TV를 되팔거나 수출용 TV가 역수입돼 유통될 경우 대상 제한이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업계 일부에서는 "TV 제조사 좋은 일만 시키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클리어쾀으로 아날로그 종료가 앞당겨지면 케이블 업계 전체에 이득이 돌아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디지털 전환으로 주파수 활용에 여유가 생기는 만큼 UHD 방송이나 기가 인터넷 등 차세대 서비스 도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디지털 케이블 전환이 양방향 서비스가 포함된 진정한 디지털 방송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케이블TV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아날로그 서비스 종료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업계에서도 다른 사업자와의 경쟁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차세대 서비스로 빠르게 옮겨가야 한다는 위기 의식이 높다"며 "사업자 간 생각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심정으로 다들 동의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