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만성 무역적자국 일본, 15개월째 적자행진

입력 : 2013-10-21 오후 4:25:27
[뉴스토마토 조윤경기자] 일본이 만성 무역적자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역적자가 지난 15개월째 지속된 것이다.
 
무역적자 행진은 화석 연료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일본의 에너지 수입 가격이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지난달에는 글로벌 경기 둔화 여파에 수출 증가세 역시 크게 둔화되며 일본 정부에 부담이 되고 있다.
 
◇日, 15개월 연속 무역 적자행진..1979~1980년 이래 최장
 
21일 일본 재무성은 지난달 무역수지가 9321엔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과는 전달의 9600억엔 적자보다는 개선된 것이지만 사전 전망치 9200억엔 적자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로써 일본은 지난 1979~1980년 이후 최장인 15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이어가게 됐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11.5% 증가해 직전월의 14.6%와 사전 전망치 15.6% 증가를 모두 밑돌았다.
 
지역별로는 대미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8% 늘어나 9개월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고, 유럽으로의 수출도 14.3% 늘었다.
 
같은기간 수입은 18.8% 늘어났다. 이는 직전월의 16% 증가는 소폭 상회하는 것이지만 사전 전망치 20% 증가는 밑도는 수준이다.
 
특히, 상반기 무역 성적표 역시 5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는 등 저조한 결과를 보였다. 2013년 상반기(4~9월) 무역수지는 4조9892억엔 적자를 기록했으며, 수출과 수입은 각각 1년 전에 비해 9.8%와 13.9% 증가했다.
 
일본 수출입 증가율 추이
(자료=일본 재무성·뉴스토마토)
 
◇에너지 수입, '여전히 골칫덩이'
 
정부의 경기부양책에도 일본이 무역적자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배경에는 에너지 수입 증가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원자력발전소 가동이 중단된 가운데, 이를 대체하기 위한 화력발전소 연료 비용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반기 액화천연가스(LNG)와 원유 수입 규모는 1년전에 비해 각각 10.3%와 11.6%나 늘어났다.
 
이에 일본 정부는 원전 재가동을 서두르고 있으나, 여전히 전망은 어둡다.
 
니시오카 준코 RBS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여론을 보면 올해 안에 원전이 재가동될 것이라는 기대는 불가능해보인다"며 "이는 일본이 앞으로도 수입에너지에 계속 의존할 것이라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게다가 올해 엔화가 전반적으로 약세 기조를 이어가면서 수입물가는 정부의 더 큰 골칫덩이가 되고 있다.
 
경제산업성 역시 올해 일본 내 9개 전력기업의 연료 비용이 지진 발생이전인 2010년 당시에 비해 3조6000억엔이나 증가했다고 집계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올들어 엔화가치가 달러 대비 11.6% 하락하면서 도요타자동차, 소니 등 일본 수출기업들의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됐다"며 "하지만 에너지 수입가격 상승으로 무역 적자는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저 약발 다해"..글로벌 경기 둔화도 수출에 '찬물'
 
일본 수출 전선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엔화 약세를 발판으로 수출 증대와 경기 회복을 꾀하려는 일본 정부의 노력에도 수출 증가세가 둔화된 탓이다.
 
이에 올해 수출 기업들의 실적 개선을 이끌었던 엔저 약발이 다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글로벌 경기 둔화가 엔저 효과를 상쇄해 수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달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성장 둔화는 일본 수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RBS증권 이코노미스트 역시 "엔저에 따른 긍정적 영향이 사라지고 있다"며 "향후 글로벌 성장이 회복되지 않는 한 일본의 두드러진 수출 증가세는 더이상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아시아 지역으로의 전체 수출은 1년 전에 비해 8.2% 개선되는데 그쳤다. 이는 직전월의 13.5% 증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중에서도 대중국 수출 성적은 11% 증가에 불과했다. 이는 같은기간 중국으로의 수입이 31% 급증한 것과 비교하면 저조한 결과다.
 
노기무라 미노루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수출 증가율 하락은 중국 경제상황을 일부 반영한 것"이라며 "일본의 대중 수출은 빠르게 증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정부 부채 문제에 어려움을 겪은 미국 쪽 수요 전망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대미 수출이 지난달 증가세를 기록했음에도 향후 정체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마키노 준이치 SMBC닛코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대미 자동차 수출이 올 초부터 둔화됐다"며 "연방정부가 다시 문을 닫을 가능성도 있어 미국 쪽 수요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일본 무역수지가 당분간 흑자전환하지 못하고 현재의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니시오카 준코는 "엔저에 따른 수출 증가는 무역수지 적자를 뒤집기에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노기무라 미노루는 "일본 수출은 엔화 약세로 연말까지 현재와 같은 수준은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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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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