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은기자] 경제적 무기력과 깊어가는 정치적 수렁에 유럽연합(EU, European Union)이 붕괴 위험에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22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은 4년간 계속되어 온 재정위기 속에 EU 각국에서 극우정당이 집권하며 EU의 결속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선 경제적 결속력이 약해졌다. 유럽기업들은 회원국 간 투자보다 역외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다. 독일 소프트웨어회사 SAP는 2010년 이래로 미국 실리콘벨리에만 120억달러를 투자해왔다. 크라이슬러를 소유한 이탈리아 자동차 제조사 피아트도 2012년 영업이익의 75%를 북미지역에서 얻었다.
유럽이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도 크게 줄어들며 회원국들의 기를 살려주지 못하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1999년 유로화 출범 당시 전세계 GDP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이 18.3%였던데 반해 올해는 13.1%로 줄었다.
현재 유럽 내에서 반유럽, 반유로, 반긴축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도 우려 요인이다. 영국 독립당, 네덜란드 자유당, 프랑스 국민전선 등 28개 회원국 내부에서 반EU정당이 높은 지지율을 얻으며 이 같은 움직임을 돕고 있다.
유럽연합 법무장관 비비앤 레딩은 지난 9일 유럽의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반EU의 극우정당이 주장하는 극단주의와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 EU의 큰 걱정거리”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럽 붕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로마노 프로디 전 이탈리아 총리는 “쉽지 않은 상황이기는 하지만 유럽이 사라질 가능성은 적다”며 “단기적으로 각국의 공조체제가 무너질 가능성이 현재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미국국가정보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내놓은 ‘글로벌 트렌드’ 보고서를 통해 “유럽 붕괴만이 시나리오의 전부가 아닐 것”이라며 “모든 불협화음을 딛고 부활하는 유럽 르네상스도 선택 가능한 미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