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정우기자] #은평구 불광동 A중개업소에서는 아파트 판매보다 절임배추 판매에 매진하고 있다. 김장철이 다가오면서 농사지은 배추를 직접 단골고객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중개건이 없다 보니 생계 유지를 위해 나선 일이다.
#강동구 명일동 B중개업소는 포도즙을 판매하고 있다. 사무실 뒷 켠에 포도즙 박스들을 한 가득 쌓아두고 60포 한 박스에 2만5000원을 받고 있다. 용돈삼아 벌였던 일이 이젠 주 수익원이 돼버렸다.
B중개업소 대표는 "이전에 그냥 자주 방문하는 동네사람들에게만 성의표시차원에서 저렴하게 팔기 시작했다"며 "중개수수료만으로는 점포 임대료와 생활비를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 C중개업소 대표는 "명일2동에 약 30개의 중개업소가 있었는데 3년간 3곳 정도가 문을 닫았다"며 "명일동은 주로 아파트단지로 구성됐는데 그만큼 아파트거래가 불경기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50~60대 가장인 중개업자들은 전업, 재취업도 어렵기 때문에 곪아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현재 중개업자들은 생업을 위한 '투잡'을 뛰고 있다. 절임배추, 포도즙, 고구마에 이르기까지 판매하는 품목도 다양하다. 심지어 중개업소 대표가 직접 인테리어 시공에 나서기도 한다. 업계에서는 외곽지역의 중개업소들은 하루 한 건도 못해 빈손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 중개업소 경영난 원인, '거래량 감소'
실제 서울과 수도권의 중개업들이 생활고를 못 이기고 문을 닫고 있다.
31일 대한중개업소협회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 1월 8만2838개 중개업소가 영업을 했지만 376개 중개업소가 줄면서 지난 9월 8만2462개 중개업소만 남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061개 중개업소가 감소했다.
서울의 경우 올해 1월 2만2374개의 중개업소가 영업을 했지만 지난 9월에는 2만1903개로 총 471개의 중개업소가 휴·폐업을 했다. 지난해 9월과 비교하면 857곳이 줄었다.
1월 신규 중개업소 수는 351곳이었지만 지난 9월에는 224곳으로 현저히 줄어들었다. 지난해 9월 285보다 61곳이 감소했다. 다만 휴·폐업은 올해 1월보다 지난 9월이 더 많았다.
수도권(경기도)의 경우 올해 1월 2만3317개 중개업소가 운영했지만, 지난 9월 2만2771개 중개업소로 546개 중개업소가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만3730개 중개업소보다 959개 줄었다.
이렇게 중개업소들이 운영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거래량 감소'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김미선 부동산써브 선임연구원은 "부동산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가 된 상황에서 거래가 있을리 없다"며 "지난해 중개업소 현황을 조사한 결과, 한 달에 한 건도 못하는 중개업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평균적으로 나온 수치라 거래가 잘 안 되는 지역은 한 달에 단 한 건도 못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중개업소 '다른 업무하면 고객 잃을 수도..'
잠실의 D중개업소 대표는 "사실상 수수료만으로 운영하기 힘들지만 다른 업무를 하게되면 고객입장에서는 믿고 거래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일단 부동산 관련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하길 바라면서 어렵게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규분양쪽으로 시장을 넓혀 수익구조를 개선하려고 진행 중"이라며 "직원이 총 4명인데 모두 먹고 살기 위해서는 수익구조를 넓힐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서울 강남지역에서만 10년 이상 중개업소를 운영해 온 C중개업소 대표는 "중개업소를 얼마 안 한 분들은 주로 매매나 임대차계약에만 집중해 버티지 못하고 폐업하는 편"이라며 "우리 같이 오래 영업을 해본 사람들은 거래가 계속 안될 경우를 대비해 자금을 미리 준비해둬 견딜 수 있다"고 조언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서 공인중개소들은 사실상 '개점휴업'한 상태. (사진=토마토DB, 위 사진은 기사와 아무런 관련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