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주식 저가매도' 김승연 회장, 한화에 89억 배상해야"

"무죄 확정됐어도 금전손해 배상책임 있어"

입력 : 2013-10-31 오전 11:44:03
◇서울중앙지법(사진=뉴스토마토 DB)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경영권 승계 목적으로 한화S&C의 주식을 저가로 매도한 책임을 지고 한화에 89억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3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재판장 윤종구)는 경제개혁연대와 한화 소액주주들이 김 회장과 한화(000880)그룹 경영진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김 회장은 원고들에게 89억6880만원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김 회장이 경영권 승계 목적으로 주식을 장남에게 매각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을 통해 주식 가치를 저가로 평가할 것을 지시하거나 이를 이용했고 그로 인해 (주)한화에 손해를 입혔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은 (주)한화 이사로서 충돌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한 객관적인 평가를 제공하지도 않았고, 이사회에 제공된 평가자료 및 제공 시기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며 "김 회장은 임무해태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주식 매각 당시 주식 1주당 가치는 적어도 2만7517원이라고 판단되고, 2만7517원과 주식매매대금 1주당 평가금액 5100원의 차액 상당이 손해액으로 인정된다"며 "김 회장은 (주)한화에 선관주의의무 내지 충실의무 위반, 임무해태에 따른 손해배상액 89억6680만원(2만2417원×40만주)을 배상하라"고 설명했다.
 
앞서 김 회장이 한화S&C의 주식을 저가 매도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무죄를 선고 받은 것과 관련해서는 "배임죄 성립요건과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성립 요건이 다르다"며 "형사사건에서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고 해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없는 것은 아니다. 김 회장의 임무해태 내지 불법 행위가 인정되므로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나머지 경영진들에 대해서는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이 주식매각 과정을 주도적으로 진행했고 그에 따라 이사회에 제대로 된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지만, 특별히 피고들이 자신들에게 부여된 감시의무를 해태했다거나 내부적 프로세스가 미비했다는 점이 구체적으로 증명되지 못했다"며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한화의 소액주주인 경제개혁연대와 한모씨 등은 2010년 4월 (주)한화에게 경영진들의 책임을 추궁하는 소송을 내라고 요구했지만, 감사위원회로부터 소송을 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통보를 받고 "김 회장 등이 한화S&C의 지분을 처분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김 회장의 큰 아들에게 저가에 매각해 손해를 끼쳤다"며 주주대표 소송을 냈다.
 
앞서 김 회장은 지난 2004~2006년 자신의 차명소유회사가 지고 있던 채무 3200억원을 계열사들에게 불법으로 지급보증을 하게 한 뒤 분식회계 등을 통해 이 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11년 1월 불구속 기소됐다.
 
또 차명계좌와 차명소유회사 등을 통해 돈을 횡령함으로써 계열사와 소액주주 등에게 4800억여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혐의와 2005년 계열사가 보유 중인 동일석유와 한화 S&C 주식을 가족들에게 싼값으로 매각해 1000억여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도 받았다.
 
1심은 "김 회장이 그룹 회장으로서 절대적 지위를 이용해 차명회사에 부정 지원함으로써 계열사에게 거액의 손해를 끼치고 가족의 이익을 위해 계열사에 손해를 입힌 점 등이 인정된다"며 "최대 수혜자인데도 계열사에게 잘못을 떠넘긴 점 등에 비춰볼 때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판시, 징역 4년에 벌금 50억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다만 한화S&C 주식을 장남에게 저가에 매각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했다.
 
이후 2심 재판부는 위장계열사인 부평판지 인수와 관련해 부당지원 한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달리 무죄로 판결하고 1심보다 감형된 징역 3년에 벌금 51억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계열회사의 다른 부실계열회사의 금융기관 채무에 대한 부당한 지급보증행위가 배임이 되는지 문제가 된 사안에서, 별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본 원심은 위법하다'는 등 사유로 사건을 파기환송했으며, 현재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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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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