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0%대를 이어가면서 14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양호한 기상 여건으로 농축수산물의 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석유류 가격이 하락한 점이 물가를 끌어내렸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두 달째 0%대 물가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기저효과와 공급측 요인 안정 등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11~12월 중에는 기저효과가 소멸되면서 1%대의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2013년 10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0.7%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 1997년 7월(0.3%) 이후 14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대로도 0.3% 하락해 지난 6월(-0.1%) 이후 4개월 만에 하락세를 보였다.
소비자물가가 이처럼 0%대 상승률을 보인 것은 양호한 기상 여건으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농축수산물은 태풍 등의 영향이 없어 채소류 출하가 원활하게 이뤄졌고, 돼지고기 등 축산물 공급이 늘어나면서 전달보다는 4.1%,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5.4% 각각 떨어졌다.
품목별로 보면 시금치(-52.8%), 배추(-36.7%), 무(-26.1%) 등이 크게 떨어지면서 농산물은 전월대비 5.9%, 전년동월대비 10.6% 각각 하락했다. 축산물도 돼지고기(-6.0%) 값이 하락하면서 전월대비 2.4% 떨어졌고, 수산물도 전월대비 0.4% 하락했다.
여기에 국제유가 안정세 및 환율 하락 등의 영향으로 국내 석유류 가격이 전달보다 1.2% 하락한 요인도 소비자물가지수에 영향을 미쳤다.
구입빈도와 지출비중이 높아 서민생활과 밀접한 생활물가는 전월대비 0.6%, 전년동월대비 0.3% 각각 하락했다.
이 중 신선식품물가는 신선채소가 크게 하락하면서 전달보다는 6.5%,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11.1% 각가 떨어졌다.
물가의 장기적 추세를 보여주는 농산물·석유류 제외 지수인 근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1.6% 상승해 1%대 안정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러한 물가 흐름은 기저효과와 공급측 요인의 안정이 지속된 데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태풍 영향 등으로 작년 9~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높았던 것이 기저효과로 작용해 올해 9~10월 물가를 끌어내렸고, 농축수산물과 국내 석유류 가격 등 공급측 요인이 9월에 이어 하락세가 지속돼 0%대 물가를 이끌었다는 설명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근원물가 상승률이 1%대 중반대를 지속하는 것은 농산물·석유류 가격 변동이 0%대 물가상승률의 주요 요인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농산물·석유류 가격인 전년동월대비 각각 10.6%, 5.1% 하락해 10월 물가를 전년동월비로 0.83%포인트 하락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향후 물가는 당분간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나, 0%대의 물가상승률이 지속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11~12월 중에는 기저효과가 소멸되면서 1%대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기상악화, 국제유가 변동 등 공급측 요인 불안시 상승폭이 확대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