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국가정보원이 기획재정부 예비비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1조8천억의 특수활동비를 숨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은 기재부 뿐 아니라 경찰청·해양경찰청·국방부 등에도 특수활동비를 숨겨온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문병호 민주당 의원은 기재부와 경찰청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4일 이 같이 밝혔다.
문 의원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기재부 예비비로 편성된 국정원 활동비는 1조7897억으로 그 중 1조6937억 집행됐고, 960억이 불용됐다. 지난해를 놓고 보면 기재부 예비비 중 국정원 활동비로 3750억이 책정돼 3690억이 집행됐고, 60억이 불용됐다.
◇문병호 민주당 의원(사진=문병호의원실)
문 의원은 기재부 이외에도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경찰청, 해양경찰청, 국방부 사이버사령부·기무사령부·정보본부의 특수활동비에도 숨겨져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경찰의 경우 연평균 800억 이상을 기록했다. 문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경찰청은 지난 5년간 4134억을 책정해 4007억을 집행하고, 123억을 불용했고, 24억을 이월했다.
아울러 국정원이 국방부에 지원한 특수활동비는 연간 1500억 가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국방위원회 김광진 민주당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2010년~1016년 국방부 특수활동비 예산 현황'에 따르면, 국정원이 국방부에 지원한 특수활동비는 2010년 1620억, 2011년 1428억, 2012년 1567억에 이어 올해 1714억으로 나타났고, 내년에도 1771억이 편성돼 있다.
특히 국군 사이버사령부가 지원받은 액수를 보면, 2010년 지원금이 없다가, 2011년 30억에서 2012년에는 42억으로 상승했고, 올해 55억으로 크게 올랐다. 또 내년도 지원예산은 64억으로 책정돼 있다. 문 의원은 총선과 대선이 있던 2012년에 급격히 늘어났다며 "대선공작비라는 의혹을 받아왔다"고 강조했다.
문 의원은 "국정원은 특수활동이라는 이유로 연 1조원이 넘는 혈세를 어떤 목적과 사업에 사용하는지 국회조차 알 수 없는 치외법권을 누려왔다"며 "감시와 통제가 부족하다보니 국정원의 안보활동은 무능해지고, 국민의 혈세를 이용해 국민을 상대로 불법 선거공작을 일삼는 자기모순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정원이 특정권력의 도구가 아니라 국민의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국회의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며 "국정원 예산과 결산 심사도 정보위원회 심의로 대체할 것이 아니라 국회 예결위가 심의해 국회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앞선 8월 '예산회계에 관한 특례법 폐지안'을 당론으로 발의해 기재부 예비비로 기형적으로 편성해온 국정원 예산의 일부를 정상적인 국정원 본예산으로 편성토록 하자고 제안했다.
또 지난 9월 발표한 자체 국정원 개혁방안에서는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를 인건비, 기본경비, 사업비 등으로 구분 편성하도록 하고, ▲국정원장 책임하에 수행하던 회계 및 직무감찰에 대해서도 타 부처와 동일하게 감사원이 실시하도록 하며, ▲국회 예결위가 국정원 모든 예산을 심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