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트위터 글 5만6천개 중 2300여개 인정

민간인 조력자에 자금 지원 사실도 시인
남재준 "원세훈 타산지석으로 삼을 것"

입력 : 2013-11-04 오후 7:53:16
[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국가정보원이 검찰을 통해 새로 발견된 5만5000여 트위터 게시글 중 2300여개에 대해서 국정원 직원들이 작성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다만 2만5000여건은 국정원 직원이 작성한 글이 아니며, 나머지 2만6000여건은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여야 정보위원회 간사인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과 정청래 민주당 의원의 말을 종합하면, 서천호 국정원 2차장은 4일 국정원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서 차장은 '확인 못한 이유가 뭐냐'는 추가 질의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면서도 "조직적으로 개입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무리하고 있다"며 검찰 수사를 정면 겨냥했다. 2차장은 대북심리전은 국정원의 기본임무라며, 댓글 논란은 "심리전 기본지침이 없어 생긴 일탈"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남재준(사진) 국정원장은 "2만여건이 저희들 직원 계정이 맞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가 저녁 속개 회의에서 "본인이 잘못 대답했다"며 이를 정정했다. 정청래 의원은 이에 대해 "정정했지만, 말실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정정하기엔 왠지 미심쩍다는 생각"이라고 의구심을 내비쳤다.
 
국정원은 이날 국감에서 '국정원 댓글녀' 김모씨의 일반인 협력자로 알려진 이모씨에게 활동비 명목의 돈을 지급한 사실도 처음으로 인정했다. 남재준 원장은 이모씨에게 매달 280만원씩 11개월간 활동비를 지급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국정원이 지급했다고 주장한 금액은 총 3080만원으로, 검찰이 밝힌 9000여만원과 큰 차이를 보였다.
 
최근 검찰수사를 통해 댓글활동을 한 직원 22명이 추가로 발견된 것에 대해서도 국정원은 소속 직원임을 시인했다. 그러면서 그중 7명에 대해선 다음주 검찰에 출두시켜 조사를 받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22명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209개의 계정을 확인해달라는 요청에 대해선 "확인 중"이라며 즉답을 회피했다.
 
남 원장은 검찰의 수사 방해에 대해서도 집중추궁 당했다. 정청래 의원은 남 원장이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검찰의 압수수색 등을 방해했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검찰이 전산실 시설과 메인서버 압수영장을 제시하려 했지만 국정원이 영장을 거부했고, 검찰이 키워드 검색으로 수정 제시했지만 또 다시 거부했다. 윤석열 수사팀이 심리전단 직원의 명단 제출을 요구했을 때도 국정원은 거부했다. 그리고 10월17일 체포된 국정원 직원 3명에 대해선 진술거부를 종용하고, 석방을 촉구했다"며 "이것도 협조냐"고 따졌다. 이에 남 원장은 "협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남 원장은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해선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원세훈 전 원장의 인사권이 너무 독점적이었다"며 "인사독점권이 너무 과대했던 것을 바로 잡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인사에 대한 이의제기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감사를 외부에서 영입할 것"이라며 인사 혁신을 약속했다.
 
또 자신은 "정치개입에 관심이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며 국정원의 정치개입 문제로 시끄러운 이유에 대해 "국정원법의 문제라기 보다는 원장 개인의 의지 문제다"고 답해 원 전 원장과의 선긋기를 분명히 했다. 또 "남 원장도 원 전 원장처럼 불행한 일이 없을 거라는 확신이 없다. 정권안보의 유혹을 차단하라"는 정청래 의원의 당부에 대해선 "타산지석으로 삼겠다"고 답했다.
 
예산을 통해 국정원이 사실상 국군 사이버사령부를 지휘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남 원장은 "협조와 지휘권은 별개다. 국정원과 국방부의 중복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서였다"며 "지휘권이 있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부인했다.
 
남 원장은 아울러 2007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무단 공개의 근거가 됐던 '보안등급 재분류'에 대해선 "2000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은 2급으로 분류됐는데, 2007년 대화록은 1급으로 과다 책정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왜 발췌본이 다른 게 여러 개가 있냐'는 질의에는 "토씨나 호칭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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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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