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알뜰주유소 숫자가 크게 늘면서 기존 신용카드 혜택을 이용해서 싼값에 주유하던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고속도로 주유소의 경우 거의 대부분이 알뜰주유소로 전환되면서 특정 브랜드 주유소를 이용하면서 카드 할인을 받던 소비자의 브랜드 선택권 자체가 박탈되고 있다.
기름값 인하를 유도하기 위한 정부의 알뜰주유소 확대 정책이 오히려 기름을 싸게 넣으려는 일부 소비자들에게는 역효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석유공사와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7일 현재 전국 고속도로에 설치돼 있는 주유소는 173개이며, 이 중 159개 주유소가 알뜰주유소다.
특정 정유사 폴만 달고 있는 브랜드 주유소는 14개 뿐이다.
전체 고속도로 주유소의 92%를 알뜰주유소가 점유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오는 2015년까지 전체 주유소에서 알뜰주유소가 차지하는 비중을 10% 수준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고속도로 위에서는 이미 10%를 넘어 '주유소=알뜰주유소'의 등식이 성립되는 수준인 셈.
알뜰주유소를 이용할 경우 기름을 싸게 넣을 수 있다면 알뜰주유소가 늘어나는 것을 반길 일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 문제다.
특히 특정 브랜드에 대한 주유할인 혜택이 있는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이용하는 운전자의 경우 고속도로에서만큼은 전혀 알뜰하지 않은 주유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유에 특화된 카드의 경우 사용실적에 따라 최대 리터당 100원~150원 가량을 할인하거나 카드포인트를 적립해주는 등 혜택이 적지 않아 많은 운전자들이 애용하고 있다.
한국경영학회가 지난 2월에 내 놓은 '신용카드 사용실태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KB), 신한, 외환, NH, 우리 등 4개 은행권 카드사가 발행하는 카드 중 주유할인 혜택이 있는 카드는 146종으로 전체 발행카드의 38.7%에 달한다.
삼성과 현대, 롯데 등 비은행권 발행카드 중에서도 주유할인 카드는 39종(12.1%)에 이른다.
그러나 알뜰주유소의 경우 이러한 할인카드 중 대부분의 카드의 할인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알뜰주유소에서 할인혜택이 적용되는 카드는 현재 알뜰주유소 우리V카드와 NH농협 채움알뜰주유카드, 우체국 알뜰주유카드, 외환 알뜰주유카드 등 10여종에 불과하다.
또 알뜰주유소를 포함해 전국 모든주유소에서 할인되는 카드도 출시되고 있지만 이 경우 할인폭이 특정 브랜드주유소에 특화된 카드보다 적은 것이 대부분이다. 이들 카드 대부분은 최근에 발급되기 시작해서 회원수 역시 많지 않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장거리 운행을 자주 하는 조모씨(40세 자영업)는 "장거리 주행을 하다보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주유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적지 않은데, 평소 사용하는 리터당 50원 이상씩 주유할인이 되는 카드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무용지물"이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알뜰주유소가 일반 주유소보다 파격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면 굳이 할인혜택이 없는 카드로도 상대적으로 싸게 주유할 수 있겠지만, 고속도로에서는 그마저도 통하지 않는다.
기준은 반영 3km 이내의 주유소 평균가격보다 싸게 판다는 것이 알뜰 주유소의 장점이지만 고속도로 주유소는 반경 3km 이내에 비교할 경쟁주유소가 없어서 평균가격의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이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알뜰주유소의 휘발유 가격과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의 격차는 2012년 19원에 그쳤고 2013년에는 4원에 불과했다.
50원~100원씩 카드할인을 받던 소비자에게는 적지 않은 손해다.
이와 관련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다른 폴 주유소라고 하더라도 모든 카드의 할인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알뜰주유소만 카드 사용의 선택권을 박탈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고속도로 주유소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것은 지리적 고립에 따른 경쟁의 부재, 상대적으로 높은 임차료 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