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시민사회 '통진당 해산' 반대속 민주당은 나홀로 거리두기

'통진당 앙숙' 정의당 조차도 '해산 청구' 강력 반대.."민주주의 근간의 문제"

입력 : 2013-11-06 오후 7:21:16
[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6일 삭발과 단식이라는 최후의 수단까지 꺼내들었다. 동시에 "고개 숙여 국민 여러분께 함께 싸우자고 감히 요청 드린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진보세력의 동반몰락을 가져온 지난해 총선에서의 부정 경선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오병윤 원내대표는 "저희들의 부족함으로 국민들에게 아픔을 드렸던 점, 저희들의 불찰임을 다시 한번 고개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5일 홍성규 진보당 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치적 지향으로 지지하지 않아도 헌법 가치 수호 측면에서 다른 야당 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와 국민들이 함께 해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응은 '거리두기'에 가깝다.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돼 매우 유감"이라며 "사상의 자유 침해 우려가 있다"고 이틀 연속 되풀이했다.
 
전병헌 원내대표의 말에서 민주당의 입장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전 원내대표는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당해산심판 청구가 종북세력의 척결을 위한 정부의 정당한 결정이었는지, 마녀사냥식 정치공작의 소산이었는지 헌법재판소가 정치적 편견 없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해줄 것을 기대하며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교각살우의 우를 범해선 안된다"(김영환), "정당에 대한 판단은 국민의 몫이지 정부가 해산청구할 일이 아니다"(김기식) 등 당 안에서도 정부 결정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나왔지만, 당 지도부의 입장은 달랐다.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6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해산 청구'에 반발해, 전원 삭발을 단행했다.(사진=뉴스토마토DB)
 
민주당의 이런 입장은 진보당과 엮여봤자 좋을 것이 없다는 결론에 기인한다.
 
지난해 진보당 부정 경선 사태 후, 현재 진보당에 남은 정치세력에겐 '종북'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이런 연유로 지난 대선에서도 민주당은 진보당과의 연대를 택하지 않았다. 이정희 당시 진보당 후보가 자진사퇴했을 뿐이었다. 올해 4월·10월 재보선에서도 연대는 없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이 '정치적 연대의 선택' 문제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릴 문제'로 인식하는 목소리가 상당수다.
 
'부정 경선' 사태 당시 극렬한 대치로 분당 사태를 맞이했고, 여전히 많은 앙금을 갖고 있는 정의당이 이번 사태에 대한 태도가 대표적이다.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는 6일 CBS라디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적인 호불호를 떠나 그보다 더 중요한 민주주의적 근간에 관련한 문제이고, 국민들의 기본권에 관한 문제"라며 정부의 조치에 대한 적극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노 전 대표는 "통합진보당에 대해 유감이 상당히 많지만,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평가는 선거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를 "정치적 수사에 몰리고 있다고 판단한 집권세력의 국면전환용"이고 "내년 지방선거까지 공안문제를 갖고 중심화두로 정치를 끌고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역시 평소 통합진보당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진중권 동양대 교수도 "공당으로서 통진당과 이석기의 사조직은 동일시 될 수 없다"며 "청구 자체만으로도 대한민국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정부의 행태를 맹비난했다.
 
민주당의 거리두기에도 불구하고 결국 정치 공세의 최종 도달지는 민주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석기 사태'가 터진 후, 새누리당은 민주당을 향해 지난해 총선 연대를 통해 이석기가 국회에 들어오는데 일조했다는 식의 반응을 쏟아냈다.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지만, 조경태 최고위원을 비롯해 당내 일부가 새누리당의 주장에 동조하며, 당내 분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집권세력의 최종 목표는 내년 지방선거를 위한 이념적 대립구도 형성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전교조에 대한 비노조화 통보, 전공노에 대한 문재인 후보 지지 의혹 제기 등이 이를 방증한다는 분석이다.
 
결국 최종적으로 민주당을 여기에 엮이게 하거나, 진보세력과 민주당과의 간극을 넓혀놓을 경우 새누리당은 안정적인 지방선거 승리를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민주당이 이런 이념대립구도에 함몰되지 않기 위해선, 이번 '정당해산 청구'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반대 입장을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이것이 '민주주의를 위한 싸움'이라는 점을 내세워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창수 법인권사회연구소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볼테르주의자가 아니어도 이번 박근혜 정부의 통진당 위헌정당해산 심판 신청에 대해서 함께 싸워야 한다. 민주당과 문재인 지지자가 아니었어도 지난 대선과정의 국정원 등 불법개입 사건에 맞서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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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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