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보고 대학가면 끝?..취업난 속 구직자 울리는 '취업범죄' 기승

취업청탁·토익 부정시험에 '알바'생까지 등쳐 돈 뜯어
피해 회복 어려워..취업해도 퇴사조치·형사처벌 받을 수도

입력 : 2013-11-07 오후 12:29:55
[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우리나라 젊은이 10명 가운데 '일하지 않는 자'는 1명이 채 안된다. 통계청 2013년 9월 기준 청년층(15세~29세) 실업률은 7.7%에 불과하다.
 
그러나 실제 실업률은 통계보다 늘 높기 마련이다. 구직자들의 불안한 심리는 범죄의 표적이 되기 일쑤다.
 
7일 법원에 따르면 최근 취업을 미끼로 돈을 요구해 가로채거나, 토익 시험 점수를 돈으로 사고파는 등 취업 관련 범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 범죄를 아우르는 하나의 키워드는 '돈'이다. 돈 벌기 위해 돈을 지불해야 하는 취업시장의 백태를 판결문을 통해 들여다 봤다.
 
◇"돈 벌려면, 돈부터 내라"
 
농사를 짓는 이모씨는 2009년 4월 아들의 취업 알선 비용으로 1억원을 댔다가 사기를 당했다.
 
아들의 취업을 걱정하던 차에 "현대제철 간부를 통해 취업을 시켜주겠다"는 김모씨(48)의 말에 넘어간 것이다.
 
법원은 사기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취업을 빌미로 거액을 편취한 것으로 범행 수법과 내용에 비춰 죄질이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인사청탁이 실제 취업으로 이어지더라도, 돈을 받은 자와 건넨 자 모두 형사처벌 대상이기 때문에 돈은 돈대로 뜯기고 범죄자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외국인학교 수송부장 임모씨(53)는 2008년 임시직 기사 4명에게서 정규직 전환 청탁과 함께 6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받은 돈 모두를 추징당했다.
 
돈을 건넨 임시직 통학버스 운전기사 4명도 형사 처벌을 받았다. 법원 관계자는 "돈을 준 사람도 배임증재죄로 벌금형 등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도 비합법적 이익 추구.."피해회복 안돼"
 
형사재판에서 사기 당한 피해액 전부를 회복하기는 어렵다. 피해액이 정확히 산정되지 않는 이상 형사재판에서 피해자의 배상명령 신청은 각하되는 게 일반적이다. 물론 민사 소송으로 손해를 회복하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비용과 시간은 피해 당사자가 부담할 몫이다.
 
정모씨(57·여)는 2010년 10월 임모씨에게 접근해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에 선을 대 아들을 취직시켜 주겠다"며 청탁 비용으로 2000만원을 요구해 받아냈다. 그러나 취업은 이뤄지지 않았다.
 
사기 혐의로 기소된 정씨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피해자 역시 비합법적인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피고인에게 돈을 건넨 것"이라며 정씨의 양형에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했다. 임씨의 배상명령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 관계자는 사기 피해 사건과 관련해 "민사재판으로 피해액을 회복할 수는 있으나, 형사재판에서는 어렵다"며 "선의의 피해자가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사기범인 피고인의 양형에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알바'까지 뻗치는 범죄의 마수
 
취업사기는 아르바이트생의 고혈까지 쥐어짜고 있다. 20대 초반의 강모씨는 2011년10월 모 취업사이트에서 단기 사무직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구인광고를 보고 엄모씨(28)를 찾아갔다.
 
엄씨는 강씨에게 "아르바이트일을 하려면 대출을 받아 투자를 해야 한다"며 돈을 요구했다. 대신 "원금은 한 달 안에 주고, 이자와 용돈까지 주겠다"는 달콤한 말도 덧붙였다.
 
이 말에 속아넘어간 강씨는 사채업자로부터 1800만원을 대출받아 선이자와 용돈을 제외한 1680만원을 엄씨에게 송금했다. 그러나 강씨는 이 돈을 고스란히 떼였다.
 
엄씨는 유사한 수법으로 강씨와 같은 20대 아르바이트 구직자 190여명을 상대로 14억3530여만원을 사기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엄씨에게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피고인은 경제적인 형편이 좋지 않은 20대 초반 젊은이들을 상대로 범행을 저질러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대리시험의 유혹..의뢰인도 처벌 대상
 
공인영어 시험에서 고득점을 받고자 돈으로 점수를 사고파는 범죄도 잇따르고 있다. 시험 문제를 빼돌린 경우는 물론 돈을 주고 부정행위를 위뢰한 사람도 형사처벌 대상이다.
 
박모씨(30)는 2012년 9월 취업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회원들에게 '안전하게 토익 990 완전 후불제'라는 제목의 메일을 무작위로 보내 의뢰자를 모집했다.
 
이와 동시에 과외를 구하는 인터넷 카페에서 토익시험을 대신 치를 영어강사 김모씨(26)를 섭외했다.
 
지난해 243회 토익 시험이 있던 날 김씨는 몸에 소형카메라를 장착하고 문제를 푸는 동시에 답안을 박씨에게 생중계했다. 박씨는 이를 의뢰인들에게 실시간으로 다시 제공했다.
 
법원은 업무방해와 건조물침입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씨 일당에게 징역 6~10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명령을 함께 내렸다.
 
이 과정에서 부정시험을 의뢰한 백모씨(33·여) 역시 업무방해 혐의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시험의 공정한 평가를 훼손하고, 일반인의 신뢰를 손상시켰다"고 판시했다. 또 "영어 실력이 뛰어난 것은 부모와 사회로부터 혜택을 받은 덕"이라며 "성실히 살기를 바란다"고 꾸짖었다.
 
이와 관련해 국내의 한 대기업 관계자는 "스펙을 속이고 취업에 성공해도 추후에 불법 행위가 드러나면 퇴사 조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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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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