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동부의 이충희 감독. (사진제공=KBL)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안 풀려도 정말 안 풀린다. 올 시즌 이충희(54)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원주 동부가 초반 8연패 늪에 빠졌다.
동부는 지난달 25일 부산 KT에게 74-94로 지기 시작해 지난 10일 최하위 안양 KGC인삼공사에게도 승리를 내줬다. 동부의 이런 모습은 시즌 전망을 크게 빗나간 행보다. 4승9패로 8위에 처져있다.
'에이스' 김주성의 부상까지 겹쳤다. 무릎부상에서 완벽히 낫지 않은 김주성은 지난 9일 창원 LG와 경기에 출장을 감행하다 3쿼터에 발목 부상으로 코트에서 물러났다.
◇쉽지 않은 6년 만의 현장 복귀
6년만에 현장에 복귀한 이충희 감독에겐 이번 연패가 무척 아프다.
이 감독은 현역 시절 '슛도사'로 불렸으나 감독으로선 아직 의문부호가 따라 다닌다. 이충희 감독은 초창기 대만 프로농구와 프로농구 경남 LG(현 창원)를 맡으며 성공적인 감독 생활을 시작하는 듯했다.
그러나 2007년 대구 오리온스(현 고양)에서 4승22패에 머물며 첫 시즌을 채우지 못하고 경질됐다. 이후 고려대와 동국대 감독을 지냈으나 이렇다 할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그보다는 농구해설위원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며 농구계를 지켰다.
◇잦은 실책과 어긋나는 수비
동부 농구를 두고 주전 의존도가 높고 감독의 선수 장악력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는 선수들이 감독의 지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소리도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한 선수의 태업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동부의 가장 큰 문제는 수비의 붕괴다. "수비 농구를 지향한다"는 이충희 감독의 철학과 반대되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동부는 경기당 78.9실점으로 이 부문 불명예스런 1위를 달리고 있다. 실책도 13.5개로 10개 구단 중 가장 많다. 기본적으로 조직력이 다듬어지지 않았다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새롭게 시작한 동부에 암초
동부 구단 입장에서는 올 시즌이 새로움으로 시작하는 뜻 깊은 해다.
신임 이충희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고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서는 전체 1순위권을 얻어 허버트 힐을 충원했다. 국내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는 3순위 지명권으로 두경민을 데려왔다.
새 둥지도 생겼다. 동부는 정들었던 치악체육관을 뒤로 하고 새 체육관인 원주종합체육관으로 옮겼다.
그동안 홈팬들의 열광적인 성원에 비해 수용인원이 적었던 체육관이 구단 입장에선 늘 마음에 걸렸다. 홈팬들과 선수들의 쾌적한 훈련을 위해 동부는 새 체육관을 지었다. 지난 8월 완공된 4600석의 원주종합체육관은 그렇게 탄생했다. 하지만 성적은 기존 '명문구단'의 이미지와는 거꾸로 가고 있다.
◇6강 플레이오프에 가려면 변화 필요
최근 5년간 6강 플레이오프에 가려면 25~27승 정도가 마지노선이다. 41경기를 남겨둔 동부에게 아직 늦은 것은 아니다.
다만 변화는 필요해 보인다. 동부는 지난 시즌 함께 했던 줄리안 센슬리를 다시 데려올 것으로 알려졌다. 이게 반전의 카드가 될 수도 있다.
동부는 울산 모비스(13일), 서울 삼성(15일), 인천 전자랜드(19일)와 경기를 앞두고 있다. 모비스는 강력한 우승후보다. 삼성은 연패 탈출과 함께 마이클 더니건이 복귀하며 경기력이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전자랜드는 여러 감독들이 항상 까다로운 상대로 꼽는 팀이다.
동부가 초반 약세를 극복하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연패 탈출이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