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반듯한 시간제..파트타임 여럿 뛰는 노동자 양산

전일제 노동자와 차별하지 않는 게 핵심..정부 "차별시정 대책은 내년에"

입력 : 2013-11-13 오후 4:22:23
[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정부는 '시간선택제 일자리 활성화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현장의 시간제 노동자나 전 정부의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구체적으로 '노동자의 수요에 부합하고, 기본적 노동조건이 보장되며, 전일제와 차별 없는' 세 가지 특징이 박근혜정부의 시간선택제 일자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는 기존 시간제 일자리가 안고 있는 한계를 극복할 방안에 대해선 아직 만족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전일제와 차별하지 않는 게 핵심인데..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 정책에 대해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건 기존의 시간제 노동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선 무엇보다 전일제 노동자와 차별하지 않는 게 핵심인데 정부는 근로시간 비례 보호, 사회보험 가입 확대 등 전일제와 시간제의 차별을 시정하는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했을 뿐이다.
 
관련대책은 2014년도 마련하겠다고 하지만 아직은 구체적 방안이 없는 상태다.
 
정부는 또 시간제라는 용어 대신 '시간선택제'라는 이름까지 새로 작명하며 의욕을 보였지만 시간제의 전일제 전환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대신 정부가 목표로 하는 일자리는 정규직 '대체'가 아닌 시간제 '창출'이라며 시간제에 적합한 업종을 새롭게 발굴하고 그 타깃은 청년층이 아닌 경력단절 여성과 퇴직한 장년층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간제 처우에 대한 대책이 확실치 않다보니 현장의 불안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시간선택제 공무원의 겸직 허용 계획에 대해 '파트타임만 여러개 뛰는 전일제 노동자'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지원' 보다는 강제성 띤 '제도 개선'이 우선
 
민간기업은 그나마 강제할 수단도 마땅치 않다.
 
정부나 공공기관은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이를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지만 민간기업은 '자발적 준수'에 기댈 수밖에 없다.
 
정부는 한시적으로 사회보험료 지원, 인건비 지원, 세액 공제 같은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해서 기업을 독려한다는 방침이지만 현장의 '차별 시정' 대책에 대해서는 '감독 강화' 정도의 방안을 갖고 있을 뿐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정부가 제공하는 인센티브 혜택이 기업에 유인책으로 작용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최근 롯데와 삼성 등이 정부의 대책 발표에 화답하는 식으로 시간제 고용 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이는 여력이 있는 기업에 해당할뿐 규모가 작은 영세기업에선 별도의 시간제 노동자를 추가 채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기업에 대한 지원보다는 노동관련 법 개정이 우선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자료제공: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실패한 MB식 '반듯한 시간제', 이번엔 다를까
 
무엇보다 이번 대책은 이명박정부의 실패작인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와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먼저 모범을 보이고 민간에 이를 확산시킨다는 내용이나, 민간의 경우 기업의 재정 부담을 줄여주는 대책에 방점이 찍혀 있는 대목에서 이명박정부나 박근혜정부는 판에 박은 듯 같은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전 정부 대책 역시 '복사 하는 알바'만 늘렸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시간제 일자리가 20~30%에 육박하는 독일과 네덜란드 사례를 들면서 한국도 시간제 비율을 단계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당장은 신규 공무원 정원의 3%, 4%, 5%, 6%를 해마다 시간제로 채워서 전체적으로 정원의 20%를 시간제로 맞춘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가 롤모델로 삼고 있는 네덜란드의 경우 노동현장에서 당장의 차별이 없어도 장기적으로 시간제 노동자가 승진 등에서 불리하다는 지적이 없지 않다.
 
공약한 고용률을 맞추기 위해서는 일자리를 쪼갤 수 있는 시간제가 확실한 수단이 될 수 있어도 시간제 일자리는 그 자체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보완재로 기능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보다 근본적 문제로 한국은 해외선진국만한 사회안전망이 갖춰지지 않은 나라다.
 
이를 제고하는 방법이 같이 고려되지 않는 한 박근혜정부의 시간선택제 일자리도 성공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현재 있는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의 한계를 감안해서 도입한 것"이라며 "이것을 통해서 고용률 목표를 달성할 뿐 아니라 사장된 여성 고급인력이 시장에 진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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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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