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대구 경북대 대강당에서 삼성그룹의 대학생 대상 토크 콘서트 '열정락서'에서 강연을 펼치고 있는 김성근 고양원더스 감독. (사진=이준혁 기자)
[대구=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최근 사회에서 갑을(甲乙) 관계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야신(野神)' 김성근 고양원더스 감독이 태평양 돌핀스 감독 시절 자신을 갑(甲)으로, 회사를 을(乙)로 표기된 계약서에 사인한 일화를 공개했다.
김성근 감독은 13일 대구 경북대 대강당에서 열린 삼성그룹의 대학생 대상 토크 콘서트 '열정樂(락)서'의 두번째 강연자로 참석해 '一球二無(일구이무) 정신'을 주제로 2500여 명의 청중을 향해 한시간 동안 강연을 펼쳤다.
김 감독은 강연 중반에 태평양 돌핀스 감독 계약 당시의 일화를 털어놓았다.
그는 "태평양에서 토요일 갑자기 감독 자리를 요청해 사장과 면담을 했고, 월요일 아침엔 일단 계약은 하지 않고 합의만 봤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런데 불과 3일만에 당초 훈련에 참가가 예정된 선수 명단이 바뀌었다. 그래서 전화로 내가 '누가 바꿨냐'고 하니 구단에서 '코치가 바꿨다'고 말했다. 그래서 '(태평양 감독으로) 계약하지 않겠다'라고 말하고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고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김 감독은 "우리 인생살이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어딘가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무슨 일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무조건 들어간다고 끝났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청중에게 직위보다 자신의 하는 일이 무엇이냐가 더욱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김 감독은 다시 태평양 감독 계약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와서 "결국 나중에 2주 후에 다시 전화와서 들어가긴 했는데, 계약서는 갑을을 바꿨다. 그런 계약서는 이 세상에 없다. '선수를 구단 맘대로 바꾸면 감독자리에서 즉각 사퇴하되 잔여 연봉은 보장한다'는 내용도 넣었다"며 "만약 당시 자리에서 살고 싶었다면 그런 말은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인간 김성근, 리더 김성근, 상식적으로 행동해려고 했다"고 말했다.
태평양 감독에 취임한 이후 이야기도 했다. 김 감독은 "팀에 가니 프로에 와서 1승도 하지 못했던 투수 2명, 대학 때 패전처리도 못하는 투수 1명이 있었다"며 "나는 운명적인 무언가가 있는 사람이 아닐까 느꼈다"고 감독으로서의 시작을 설명했다.
또한 "정명원(현 두산 베어스 코치)를 가르칠 때는 내가 포수석에서 1㎝도 안 움직인 채로 500개의 공을 던지게 했다,"며 "상식적 발상은 선수 생명을 끝낸다. 가야 한다. 정점에 가야 한다. 만들어야 한다. 인간이란 존재는 그만큼 강해야만 한다."면서 하고자 하는 의지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