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끝내 사의를 표명했다.
정 회장은 15일 오후 열린 이사회에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2009년 2월 포스코 회장에 취임한 뒤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해 임기를 1년4개월가량 남겨둔 상황에서 내린 결정이다.
포스코는 물론 정재계 안팎에서는 이를 예정된 수순으로 보고 있다. 이미 이석채 KT 회장이 정권의 직간접적 압박에 저항하다 끝내 사의를 표명한 상황에서 정 회장 역시 버틸 수 없었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세계 최고의 철강 경쟁력을 갖춘 포스코를 사업 다각화 명분으로 무리하게 확장, 계열사 수를 급격히 늘리다 재무구조에 비상등이 켜졌고, 이는 곧 방만경영에 대한 질타로 이어졌다. 정 회장의 재임기간 포스코 주가 역시 곤두박질쳤다.
무엇보다 정 회장이 취임 당시 유력 후보였던 윤석만 포스코 사장을 밀어내고 회장직에 오를 수 있었던 데는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 MB정부의 핵심 실세였던 영포라인의 도움이 컸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는 곧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에게는 눈엣가시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또 정 회장이 최근 포스코가 국세청으로부터 특별세무조사를 받으면서 심리적 압박을 느끼고, 이에 대한 고충을 주위에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정 회장은 이미 청와대 측에 "임기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하기도 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정 회장 반대세력 등으로부터 상당한 양의 비위 혐의를 제보 받고 사실 확인에 나선 터라 이에 대한 부담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는 후문도 이어졌다.
때문인지 정 회장은 이날 이사회에서 "외압에 의한 사퇴는 아니며, 근거없는 소문 등으로 회사가 불필요한 손실을 입는 것을 더 이상 보기 힘들어 결정하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주장과는 달리 공식적으로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정권교체에 따른 포스코와 KT 회장의 잔혹사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재연됐다.
한편 포스코는 정 회장의 사퇴 소식에 급격히 술렁이는 분위기다. "올 게 왔다"는 한숨과 함께 최근 세계철강협회장에 피선되면서 한 고비를 넘겼다는 안도가 일순간 물거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