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 도청 파문으로 유럽 내 정보보호법 강화 요구가 확산된 가운데 독일 정부가 관련 법안 도입을 놓고 고심 중이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미 NSA 도청 파문 해결책을 놓고 기업과 국민의 의견이 엇갈려 대책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피터 스카르 독일 연방정보보호위원회 위원은 "미국은 정보보호에 대한 우려가 급증하는데 영향을 미쳤다"며 "그러나 모든 사람이 이 문제에 같은 입장을 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국민들은 정치권에 정보보호법 강화를 주문하고 있지만, 주요 기업들은 경쟁력 약화, 비용 발생 등의 이유로 이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
독일 기업들은 정보보호법이 강화되면 외국 기업과의 정보 공유가 어려워져 대외 경쟁력이 저하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추가 비용이 드는 것도 기업 입장에선 부담이다.
정보 보호를 위해 인터넷 망 등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정보 공유를 위한 절차가 복잡해지면 기업에 기존에는 없었던 시간적·금전적인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독일 경제인연합회(BDI)는 "정보보호법을 빨리 강화시켜야 한다는 논의가 정치권에서 진행되고 있으나, 이는 미국과 독일 양측 모두에 득이될 게 없다"고 지적했다.
독일 내 여론은 정보보호법을 하루 빨리 강화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독일인들은 과거 나치 정권과 동독 공안조직 슈타지의 광범위한 정보활동에 시달린 경험이 있어 개인 정보 보호를 매우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 같은 역사적 배경 탓에 독일 정보보호법은 헌법에 명시돼 있으며 16개 지방정부가 정보보호와 관련한 강력한 감독 활동을 하고 있다.
또 FT는 독일 정부가 미국과 서로 감시하지 않겠다는 양자 협정이 불안한 독일 국민을 달래기엔 역부족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비네 로이토이서 슈나렌베르거 독일 법무장관은 "양자 협상으로 국민들의 격노를 잠재울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3일 독일 언론들은 독일과 미국이 서로 감시하지 않겠다는 협약을 내년 초쯤 체결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독일이 미국의 스파이 활동에 어떠한 대응책을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EU의 한 관료는 "정보보호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 매우 모호해졌다"며 "기업 활동과 일반 행정에 해를 입히지 않는 선에서 최상의 해결책을 모색하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