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대한민국 프로야구 챔피언 삼성이 호주 챔피언 팀인 캔버라에 충격패를 당하면서 올해도 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아시아시리즈가 비록 친선 경기라고는 하나, 삼성은 2년동안 연이어 체면을 구겼다.
더군다나 올해는 경기 내용이 더욱 나빴다. 헐거워진 뒷문은 쉽게 열렸고 결국 10회초 4실점하며 팽팽했던 상황에서 자멸했다. 오승환의 공백이 컸던 경기로, 경기 후반만 보면 오승환 없는 삼성의 미래가 크게 우려된다.
◇안지만. (사진제공=삼성라이온즈)
◇겨우 동점 만든 삼성, 10회 4점 주며 패배
삼성은 18일 저녁 타이완 타이중 인터컨티넨탈구장에서 진행된 2013 아시아시리즈 준결승전에서 연장 10회 결승포를 허용하며 캔버라에 5-9로 패했다. 이날 승리한 캔버라는 라쿠텐(일본)과 퉁이(대만)의 승자와 20일 결승전을 치르게 된다.
양팀은 이날 1회에 1점씩 주고 받았다. 삼성은 1회초 제레미 바네스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았지만 1회말 박한이의 좌전 적시타로 균형을 맞춘 것이다.
하지만 캔버라는 2회 2사 만루에서 데닝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2-1로 역전했고 3회 마이클 웰스의 적시타로 3-1까지 달아났다. 삼성은 3회 박한이의 우익수 희생 플라이로 1점을 추격했다.
그러자 캔버라는 4회초 삼성의 실책에 존 버티의 우중간 적시타 등을 묶어 5-2로 멀찌감치 달아났다. 캔버라가 쉽게 주도권을 잡는 듯 했다.
삼성은 5회 반격에 나섰다. 선두타자 이지영이 볼넷, 대주자 박찬도의 2루 도루, 정형식의 좌중간 적시타로 1점을 따라붙은 삼성은 이후 정형식의 연속 도루와 박한이-채태인의 연속 볼넷으로 결국 1사 만루의 득점 찬스를 엮는데 성공했다.
이어 박석민의 3루 땅볼에 3루 주자가 홈을 밟았고, 2루의 박한이도 2루를 거친 볼이 1루로 송구될 때 홈까지 뛰어들면서 일시에 2점을 내 5-5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삼성은 6회 2사 3루, 7회 1사 1·2루 찬스에서 후속타가 터지지 않으며 침묵했다. 캔버라도 찬스를 잡지 못했다. 5회말 이뤄진 5-5 상황은 9회말 종료 때까지 그대로였고 승부는 결국 연장전에 돌입했다.
승부는 연장 10회초 바로 갈렸다. 앞선 타석에서 부진했던 상대 5번 타자 잭 머피는 5-5로 양팀이 맞선 연장 10회 1사 1루 상황에서 안지만을 상대로 2점포를 얻었다. 구장 우중간 담장을 훌쩍 넘기는 상대의 결승 투런포였다.
캔버라는 기세가 치솟았다. 그렇지만 삼성은 위기를 스스로 만들었다. 캔버라는 삼성의 유격수 정현의 실책으로 1사 1, 2루 득점 찬스를 얻었고 삼성의 바뀐 투수인 김현우를 상대로 2루타를 얻어내며, 2득점에 성공한 것이다.
팽팽한 승부를 잇던 삼성은 그렇게 쉽게 10회초 4점을 내주며 허무하게 무너졌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자존심에 상처를 받게 됐다.
◇오승환. (사진제공=삼성라이온즈)
◇다른 마무리 대안의 한계
삼성은 이번 시리즈에서 오승환의 공백을 뼈저리게 느껴야 했다. 삼성을 통해 2005년에 프로 데뷔한 오승환은 이번 시즌 이후 자유계약선수(FA)의 자격을 얻고 해외 진출을 적극 물색 중이다.
이날 경기에서도 안지만이 연장 10회 머피에게 투런홈런을 주는 등 0.1이닝 3피안타 3실점의 부진투를 펼치면서 10회 4실점해 끝내 패했다. '포스트 오승환'으로 꼽히던 안지만의 부진은 삼성에게 큰 고민거리가 될 전망이다.
지난 17일 타이완 퉁이 라이온스를 맞아 치렀던 이번 시리즈 2번째 경기에서도 오승환의 부재는 컸다.
선발 김희걸이 3.2이닝 5피안타 2실점으로 부진했지만 박근홍이 4회 2사 이후부터 7회 1사 상황까지 점수를 1점만 내주는 역투로서 위기를 잠재웠고, 신용운도 아웃 카운드를 잡아내며 홀드를 따냈다.
하지만 경기는 결국 연장까지 갔다. 4-3 리드상황에서 왼손 투수인 조현근과 사이드암 심창민이 상태 팀에게 동점 점수를 내준 것이다. 끝내 이기긴 했지만 삼성은 이날 헛힘을 뺐다.
'돌부처' 오승환은 삼성라이온즈의 상징적인 존재였다. 그의 응원가로 쓰는 '라젠카 세이브 어스(Lazenca save us)'는 그에게 어울리는 곡이다. 삼성 구단과 팬들에게 오승환은 정말로 '오승환 세이브 어스'였기 때문이다.
그가 마운드에 오르면 삼성 팬들은 안도했고 결국 경기는 승리로 끝났다.
삼성은 3시즌 연속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해냈다. 국내 최초의 사례로 항상 마지막은 오승환이 장식했다. 그러나 오승환이 없는 삼성은 이번 시리즈를 통해서 그의 부재를 매우 절실하게 체험했다. 또한 2년 연속 결승진출도 실패하면서, 아시아시리즈의 아픈 추억을 계속 이어갔다.
이번 겨울 삼성의 지상과제는 든든한 마무리의 마련일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오승환같은 최고 수준의 수문장을 구하기는 어려울 지라도, 지난 2011~2013년 국내 리그에서 경험했던 기분좋은 '1등'과 '우승'을 잇기 위해서는 좋은 마무리의 확보가 필수불가결한 과제다. 삼성이 어떻게 다음 시즌에 나설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