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들의 라디오 천국 "내 마음에 꽃이 피어나요"

관악구 중앙사회복지관 라디오 드라마 '관악구 꽃할매'

입력 : 2013-11-20 오후 6:40:36
[뉴스토마토 양예빈기자] "그래, 너처럼 얼굴에 주사 맞고 한꺼풀 벗겨내고 하는 것도 관리는 관리지." "그럼. 어때? 관리한 보람이 있지? 나 아직도 클럽 통과되잖아."
 
대본을 읽는 어르신들의 목소리가 활기차다. 억양도 살아있다. 몇 번씩 반복해서 읽고 호흡을 맞춘다. 대사를 들어갈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상대방의 연기에도 집중한다.
 
20일 서울 관악구 중앙사회복지관. 우리 마을 미디어 교실의 라디오 드라마 수업 '관악구 꽃할매'가 한창 진행 중이다.
 
대본 작성부터 연기까지, 라디오 드라마 제작의 전 과정에 할머니들이 직접 참여한다. 어르신들의 인생을 담아 낸 100% 논픽션 작품도 있고 강사들의 도움을 받아 대본을 만든 픽션 작품도 있다.
 
송금순 할머니(66세)는 "젊었을 때부터 이쪽 분야에 꿈이 있었지만 생활에 쪼들려서 시도해 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며 "어려울 것만 같았지만 막상 시작해보니 굉장히 재미있고 신난다"고 말했다.
 
이번 라디오 드라마 기획은 관악구 중앙사회복지관의 마을 영화 만들기 프로그램에서 비롯됐다. 지난달 중앙사회복지관은 '마을영화 만들기'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어르신들과 '계 타는 날`이라는 영화를 제작한 바 있다.
 
박지혜 관악구 중앙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는 "영화를 찍고 난 후 어르신들이 미디어 제작의 매력에 흠뻑 젖으셔서 계속 활동을 하고 싶어하셨다"며 "이 분들과 새로 참여를 원하는 분들을 위해 주민모임을 조직하고 서울시 마을 미디어 지원센터에서 도움을 받아 이번 우리마을 미디어 문화교실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일 서울 관악구 중앙사회복지관에서는 우리 마을 미디어 교실의 라디오 드라마 수업이 열렸다. 수업 이후 어르신들이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양예빈 기자)
 
할머니들을 위한 적극적인 도움의 손길도 있었다. 당시 영화를 함께 제작했던 프리랜서 프로듀서 변자운(28)씨와 시민단체 '노들벗'의 멤버 김영욱(31세)가 라디오 드라마 제작 자원봉사에 선뜻 나섰다.
 
변 감독은 "영화를 찍을 때 어머님들이 가장 힘들어 하셨던 부분이 대사 암기였다"며 "이런 부분들을 극복하면서 미디어에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보니 라디오 드라마를 떠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주영희 할머니(59세)는 "라디오 드라마의 매력은 아무래도 TV드라마보다 좀 더 쉽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라며 "전에는 한번도 미디어 관련 교육을 받아보지 않았지만 이런 프로램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새로운 세계를 접할 수 있었다"고 싱긋 웃었다.
 
박 씨는 "어머님들이 너무나 행복해하셔서 항상 에너지를 얻으며 일하고 있다"며 "어머님들이 이 활동을 하면서 자신들의 마음속에 꽃이 피어난다고 말하셨을 때 정말 뭉클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도 이러한 활동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며 "많은 분들이 할머니들의 꿈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주시고 함께 이 꿈을 그려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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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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