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앵커: 최근 3년 간 국내 1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이 44% 증가했습니다. 투자를 하는 대신 곳간에 자금을 쌓아 놓는다는 뜻인데요. 최근 정치권에서는 과도한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 산업부 임애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임 기자, 사내 유보금 현황 먼저 알아볼까요?
기자: 네.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가 국내 10대그룹 82개 상장사의 사내 유보금을 조사했는데요. 올해 2분기말 기준으로 47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3년 전보다 44%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사내 유보율도 1668%로 291%포인트 늘었습니다. 사내 유보금이란 기업의 당기이익금 중 세금·배당 등으로 지출된 금액을 제외하고, 사내에 축적한 이익 잉여금과 자본 잉여금을 합한 금액입니다. 이익잉여금은 '쓰고 남은 돈'이 아니라 사업 확장이나 영업 활동을 위해 재투자되는 돈을 의미합니다. 사내 유보금을 납입 자본금으로 나누면 사내 유보율이 됩니다. 즉, 유보율이 높을수록 재무 구조가 탄탄하고 무상증자나 배당 가능성도 높습니다. 반대로 투자 등에는 소극적인 것으로 해석됩니다.
앵커: 그렇군요. 10대 그룹 중에는 롯데그룹의 사내 유보율이 제일 높다구요.
기자: 맞습니다. 롯데그룹의 사내 유보율은 5123%로 가장 높습니다. 다만 2010년에 비해서는 346%포인트 낮아졌습니다. 제2롯데월드에 투자했기 때문으로 분석됐습니다. 그럼에도 사내 유보금은 26조5000억원으로, 2010년에 비해 50% 늘었습니다. 롯데에 이어 포스코와 삼성, 현대중공업, 현대차, GS 순으로 유보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진그룹은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사내 유보금이 감소했습니다. 2010년 5조4000억원에서 올해 2분기 2조7000억원으로 반토막 났습니다. 주력 사업인 항공이 침체되면서 유동성 또한 고갈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앵커: 10대 그룹 중 9개 그룹의 유보율이 늘었군요. 그룹 말고 개별 기업별로는 어떤가요?
기자: 전체 기업 중 SK텔레콤의 사내 유보율이 3만7800%로 최고의 내실을 과시했습니다. 사내 유보금도 15조3000억원에 달했습니다. 그 다음 롯데칠성, SK C&C, 롯데제과, 삼성전자, 현대글로비스 순입니다. 반면 사내 유보율이 가장 낮은 기업은 SK브로드밴로 -21%로 집계됐니다. 롯데그룹의 현대정보기술도 -11%를 기록하며 두 회사가 유일하게 마이너스 유보율을 보였습니다. 사내 유보금 기준으로 보면 삼성전자가 137조8000억원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했습니다. 2위 현대차와도 3배 가량의 격차를 보였습니다. 3위는 포스코이고 그 다음 현대모비스, 현대중공업 등이 상위 10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반면 유보금이 가장 적은 곳은 유보율 마이너스를 기록한 SK브로드밴드(033630)(-3150억)로 조사됐습니다.
앵커: 앞서 언급된 것처럼 사내 유보율이 중요한 것은 투자나 고용과 연계돼 있기 때문인데요. 이와 관련해서 올해 기업들의 상황은 어떤가요?
기자: 올해 초 30대 그룹은 투자 155조원, 고용 14만명의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이는 역대 최대 수준인데요. 박근혜 정부 첫 출범에 경제민주화 효과가 더해졌다는 분석입니다. 지난 10월에는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30대 그룹과 만나 투자와 고용 이행에 대한 중간 점검을 했습니다. 3분기 기준으로 누적 투자금액이 목표치의 60%대 수준인 그룹들이 있음에도 전국경제인연합회는 30대 그룹의 상당수가 4분기에 투자가 몰려 있어 목표 달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하반기 공채가 몰려 있기 때문에 개별 기업들의 고용 목표치는 대부분 채울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경영 환경이 안좋기 때문에 투자가 당초 계획치를 채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최근 사내유보금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정치권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사내유보금에 대해 과세를 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죠.
기자: 야당은 세수 확보와 투자 촉진을 이유로 적정 수준 이상의 유보금에 대해 법인세를 물리는 개정안 발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당과 정부는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물리면 기업들이 해외 투자로 눈을 돌리거나 부동산 구입 등 바람직하지 않은 투자로 이어진다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사내유보금 초과액에 대한 과세가 적용되던 2001년에는 국내 전체기업들의 이익잉여금 규모가 48조원이었습니다. 하지만 과세가 폐지된 이후 급증했는데요. 지난 2010년에는 674조원으로 1300% 넘게 늘었습니다. 만약 과세가 현실화될 경우 재벌그룹들이 부담해야 할 과세액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법인세법 개정안은 연말 기획재정위 조세 소위에서 논의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