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경기자] 갑질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이후 대리점과들의 상생을 다짐했던 아모레퍼시픽이 국감 이후 여론이 잠잠해지자 돌연 '안면몰수' 모드로 전환했다. 피해대리점주협의회와의 협상은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영업사원의 막말파문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은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국정감사에 두 번이나 불려나가야 했다. 당시 증인으로 출석한 손영철 사장은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지만 이번 협상 난항으로 급한 불끄기에만 급급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현재 보상금을 지급할 근거가 없다는 구실로 소액의 위자료만을 지급하겠다고 통보하는 등 갈등의 골은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21일 피해대리점주협의회는 아모레퍼시픽 측과 5번의 협상과정을 거쳤지만 입장 차가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지난 15일자로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고 밝혔다.
피해대리점주협회 관계자는 "지난달 손영철 사장의 국감 출석 이전 두 번의 협상을 벌였을 당시만 해도 보상문제 등에 대해 성실히 대화에 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며 "하지만 국감이 끝나자 마자 '보상' 이란 단어가 '위자료' 로 바뀌면서 국감 전후로 태도가 확연하게 달라졌다" 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아모레가 제시하는 위자료 금액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농락 당하는 기분이 들 정도의 액수" 라며 "아모레 측은 이번달 말까지 추가 협상을 벌이자고 제안했지만 결국 시간 끌기를 통해 갑질 횡포 논란으로 실추된 이미지가 국민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기만을 바라는 것 같아 제안을 거부했다" 고 덧붙였다.
결국 한 달 여 간에 걸쳐 진행된 릴레리 협상이 아무 소득 없이 파행으로 결말을 맺으면서 보상문제를 둔 양측의 대립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피해대리점협회는 국감 이후 아모레의 '완벽한 페이스오프' 에 대해 강한 분노를 표출하면서 농성 재개는 물론 정치권과도 추후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피해대리점협회 관계자는 "전국 방판협의회를 구성하고 지난 18일 전체회의를 열어 회사측에 피해보상을 강하게 요구하기 위한 대책을 협의했다" 며 "삭발농성을 감행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전보다 강하게 우리 주장을 회사측에 어필할 계힉"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협상과정 진행 등에 대해 민주당에 보고를 했고 이번주 면담을 진행하기로 약속이 잡혀 있다" 며 "정치권, 사회단체 등과 함께 아모레측에 대항할 방안 등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에 들어갈 것" 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논란으로 방판매출이 급격히 위축돼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아모레는 다시 한번 부정적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면서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진정성 없는 협상이 결국 갑을논란의 불씨를 재점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협상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섣부르게 협상이 결렬됐다고 단정지을 단계는 아니다"며 " 추후 진행상황은 조금 더 지켜봐야 알 것 같다" 고 말했다.
한편 아모레는 불공정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두 차례에 걸친 현장조사를 받은 이후에도 이 같은 사실을 전면 부인해 오다 비난이 거세지자 구체적인 상생안을 내놓겠다여 사태수습에 나서려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31일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손영찰 사장은 "현장에 직접 나가보니 미흡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로 불공정행위가 있었던 것에 대해 인정한다" 며 "방문판매 관련 협력체들과 협의를 진행해 요구사항을 받아들이는 등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지난 10월31일 국정감사에 출서해 증인선서를 하고 있는 손영철 아모레퍼시픽 사장.(사진=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