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우리나라 경제가 2분기 연속 1%대 성장을 기록하면서 '0%대 성장'에서는 벗어났지만, 가계 소비 여력은 좀처럼 나아지질 못하고 있다. 소비 둔화로 지출 증가가 소득 증가를 따라잡지 못해 발생하는 가계의 '불황형 흑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경기가 회복세를 띄고 있지만, 소득은 사실상 제자리 걸음인데다 국민연금 등 준조세 부담이 늘면서 가계 살림살이는 여전히 팍팍한 모습이다.
통계청이 22일 발표한 '2013년 3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49만4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 증가했다. 소비지출은 지난 2분기(0.7%)에 비해서도 다소 개선된 모습이다.
그러나 소비지출에서 물가상승분을 뺀 실질소비는 0.1% 감소했다. 실질소비는 5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자료=통계청)
반면 세금이나 연금, 보험, 이자비용 등으로 나가는 비소비지출은 월평균 80만8000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0% 증가했다. 재산세나 경상소득세 등 경상조세 지출이 16만7000원으로 5.5% 늘어난데다 건강보험료 등 사회보험 지출이 11만 5000원으로 5.1%, 국민연금 기여금 등 연금 지출도 11만7000원으로 4.1% 증가했기 때문이다.
비소비지출 비용은 직접 돈을 만져보지도 못하고 나가는 지출이기에 비용이 늘어나면 그만큼 부담도 커진다.
여기에 처분 가능한 소득 중 얼마만큼 소비했는지를 보여주는 평균소비성향도 10분기 연속 하락했다. 3분기 평균소비성향은 72.2%로 지난해 2분기에 비해 1.4%포인트 감소했다. 2003년 통계작성이래 3분기 기준으로 최저치다.
소득은 2분기에 비해 다소 증가했다. 3분기 월평균 소득은 426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늘었다. 이는 2분기의 2.5%보다 개선된 수준이지만 지난해 3분기의 6.3%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소득은 1.6% 증가로 사실상 제자리 걸음한 것이나 다름없다.
각종 불확실성에 지출 증가폭이 소득 증가폭을 따라잡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가계의 불황형 흑자는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3분기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45만2000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1% 증가했다. 이 가운데 저축능력을 보여주는 가계 흑자액은 95만9000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8.6% 늘어나 2003년 통계작성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계 흑자액는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전체 소득에서 세금을 뺀 것)에서 소비지출을 뺀 금액을 말한다.
흑자율도 27.8%로 전년동기대비 1.4%포인트 상승,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003년 이후 3분기 기준으로 최고치를 보였다. 적자가구비중도 23.3%로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소비지출이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으나 아직 가계소득 증가에는 미치고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보육료 지원등 정부 정책효과와 물가 안정세 지속으로 식료품비 등 전반적인 소비부담이 줄고, 일본 원전사태 이후 수산물 등 관련 품목 소비가 감소한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대비 1.1%로 2분기 연속 1%대 성장을 달성한 상황 속에서 움츠려 있는 가계도 점차 소비 여력이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박경애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지출이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고 소비심리지수도 개선되고 있어서 소비지출 회복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재부 관계자도 "3분기 흑자율이 200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소비자심리지수가 개선되는 등 향후 소비확대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