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중앙대학교에서 열린 '대학생을 위한 CEO 특강'에 강연자로 참석한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강연을 하고 있다.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이순우
우리금융(053000)지주 회장이 21일 중앙대학교에서 열린 최고경영자(CEO) 초청 특강에서 '실패도 긍정하자. 따.시.남이 들려주는 마음의 소리'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따.시.남'은 '따뜻한 시골남자'의 줄인말이다.
이순우 회장은 "나는 경상북도 경주시에 전기도 들어오지 않던 산골에서 태어난 따시남"이라고 본인을 소개하며 "이날까지 어떻게 일을 계속 할 수 있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바보처럼 살아라고 말해줄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우리은행의 말단 은행원으로부터 시작해 은행장을 거쳐 금융그룹 회장까지 올랐다. 금융업계의 입지전적인 인물인 만큼 이날 강의가 열린 대강당에는 대학생 500여명이 강당 좌석과 계단을 가득 메웠다.
이 회장이 대학생 청중들에게 소개한 것은 '난득호도(難得糊塗)'의 지혜이다. 똑똑해 보이는 것은 어렵지만 총명하면서 바보처럼 보이기는 더 어렵다는 뜻으로, 조금은 만만해 보이면 오히려 사람들이 편하게 다가올 수 있다는 말이다.
그는 "말단 행원에서 은행장을 거쳐 회장까지 내 힘으로 올라왔나. 절대 아니다"며 "올라오는 단계에서 넘어야 할 고비를 마주할 때마다 결국 사람이 힘이 됐다"고 말했다. 총명함을 내려놓고 한발 뒤로 물러나면 의도치 않아도 복이 들어온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첫 번째로 많이 웃을 것을 당부했다. 그는 "매일 아침 출근 전에 오늘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것인가를 자신에게 묻는다"며 "웃는 습관을 들이지 못하면 자연스럽고 편한 인상을 갖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 다음으로 '침묵은 금이다'는 보다는 '침묵을 깨라'고 강조했다. 말을 많이 하면 실수도 저지르겠지만, 그 핑계로 상대방에게 밥 한끼 더 사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회장은 "영업지점에 근무할 때 잘 웃고 쓸데없는 소리도 곧 잘하니까 직원들이 고민상담을 많이 해왔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결국 "가슴에 많은 사람들을 품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료직원 열명 가운데 여덟에게는 영업점에서 다시 만나 근무하고 싶다는 평가를 많이 받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사부 대리에서 부행장까지 맡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은행에 입사하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이 회장은 "이력서는 자신을 내보이는 1차 견본품이다"며 "트렌드를 따라가기보다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라"고 조언했다.
면접에 대해서도 "처음엔 면접장에서 형식적으로 웃을 수 있지만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평소 인상이 나온다"고 웃는 습관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많이 웃는 사람이 은행 고객들을 더 많이 가슴에 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모죽이야기를 빌려 학생들의 용기를 북돋아 주기도 했다. 이순우 회장은 "씨를 부리고 5년동안 작은 순만 나오고 자라지 않은 모죽(毛竹)은 5년이 지나면 어느날 갑자기 30미터까지 자란다"며 "땅속에 있던 5년간 누구보다 크게 자라기 위해 준비한 것"이라며 대학생활을 알차게 보내라고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