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중소기업이 성장하는 게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변하거나 대기업이 몸집을 키우는 것보다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고용 측면에서 대기업 위주의 정책보다 규모가 작은 기업을 돕는 정책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 경제개혁연구소가 발표한 '한국기업의 성장과 쇠락에 관한 특성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2012년까지 기업당 고용인원은 소기업이 중기업으로 성장할 때 4.2배 늘었고 중견기업과 대기업이 되면 각 15.7배, 33.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기업이 중견기업과 대기업으로 성장할 때의 고용 증가율도 각 2.9배, 12.9배였고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바뀔 때도 고용이 3.1배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소기업 성장에 따른 고용창출 규모(사진=뉴스토마토)
고용확대 효과를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소기업에서 중기업이 될 때 고용이 14만595명 증가해 중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때(7만8778명),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변할 때(5만2416명) 보다 일자리가 더 많이 늘어난 것. 기업 성장과 고용 창출 관계에서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성장이 더 큰 영향을 미친 셈이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분석대상은 2012년 말 기준 한국거래소에 상장됐거나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는 1만8364개 기업"이라며 "이 중 소기업은 7316개, 중기업은 9821개, 중견기업은 886개, 대기업은 341개"라고 설명했다.
기업 규모별 성장과정에서 나타난 순투자 증가도 소기업은 중기업, 중견기업, 대기업이 될 때마다 7.3배, 48.8배, 127.9배로 급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경향은 중기업과 중견기업의 성장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위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이 성장할 때 고용과 자산, 매출, 투자 등이 크게 증가했다"며 "성장사다리 관점에서는 정부의 지원책이 중소기업 등에 집중돼야 할 것으로 판단되고 정부는 혁신형 중소기업 발굴·육성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지난 13년 동안 기업의 쇠락과정을 살펴보면 규모가 작은 업체일수록 더 많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그동안 사라진 1464개 기업에 대한 기업 규모별 소멸률은 소기업 60%, 중기업 37.1%, 중견기업 2.3%, 대기업 0.5%였다.
정부가 규모가 작은 기업을 크게 키우는 것보다 대기업 중심으로 산업·경제정책을 펼치다 보니 중소기업은 고사하고 일자리 창출 효과는 사라지는 것이다.
이에 위 연구위원은 "일자리 창출 관점에서 대기업 지원보다 중소기업 관련 정책구사가 효과적이며 성장사다리 구축은 기업의 양적성장 만큼 질적성장도 중시해야 한다"며 "재벌·대기업 중심의 성장 패러다임에서 중소기업·중견기업 중심으로 전환하고 박근혜정부의 공약인 경제민주화를 반영한 구조개혁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