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이란 핵협상 타결로 유가가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국내 유화업계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련 업계는 일단 세부 사항이 확정된 게 아니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을 견지했다.
반면 증권업계 일부에서는 이란의 원유 생산량 증가로 정유와 석유화학 업체들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원유를 도입하는 정유 업체들은 향후 제재 수위에 따라 원유 수급 상황이 개선되는 반면, 석유화학 업체들은 중동발 저가 제품군의 공세가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25일 이란 핵협상 타결과 관련해 "이번 협약에서 세부 합의 사항이 나온 게 아니기 때문에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 "다만 유가는 당분간 공급량 증가로 하향 안정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내 정유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가 이란산 원유를 수입해 쓴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이란산 원유 수입비중이 15% 이상이었으나 지난해 이란 제재가 강화된 뒤 10% 미만으로 낮아졌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10% 이상에서 7~8%대로 축소됐다.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LG화학(051910)이 이란에서 석유화학의 원료가 되는 나프타를 들여온다. LG화학은 나프타의 60%를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에서 조달하고, 나머지 40%는 수급 상황에 따라 중국과 일본, 이란 등에서 조달한다. 이란에서 수입하는 나프타의 물량은 미미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토탈은 올 2월 이란산 원유 도입을 중단한 상태다. 삼성토탈 관계자는 "현재 이란 산 원유 도입 재계 여부는 결정된 게 없다"면서 "향후 도입 여부를 검토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이사국을 비롯한 독일(P5+1)과 이란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새벽 6개월을 기한으로 하는 한시적인 타협을 도출하는 데 성공했다.
합의안은 이란이 42억달러 상당의 석유와 관련 자산을 회수하고, 19억달러 상당의 석유화학 제품과 차량 관련 품목 등을 해외로 수출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 다만 이란의 타협안을 성실히 이행하는지에 따라 제재 수위가 달라지는 만큼 위험 부담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란 핵협상 타결로 정유사들에 다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란산 원유는 중동산 제품 대비 평균가격이 2~3% 가량 저렴해 원가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때문에 이란 핵협상 타결이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핵협상 타결이 유가 하락에 제한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란의 원유 수출 확대에 맞춰 석유수출기구(OPEC)가 원유 공급량을 제한하며 유가 하락 방어에 나설 것이라는 설명이다.
석유화학 업계는 수익성에 발목이 잡힐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번 핵협상으로 이란 제재가 완화될 경우 중국은 원료 조달처를 하나 더 확보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는 가뜩이나 중동산 저가 원재료 유입으로 중국에서 고전하고 있는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로서는 중동발 리스크가 강화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손영주 교보증권 연구원은 "중국 입장에서는 저가 원재료 조달지가 하나 생겼기 때문에 여전히 중동 리스크는 부담"이라면서 "중국의 이란산 원유수입 증가로 인해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의 수익성 개선이 제한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중국 내 이란산 원유 유입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중국뿐만 아니라 국내기업 역시 값싼 나프타 도입 경쟁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시각이다.
그러면서 나프타 도입단가보다 판가가 수익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임을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란산 원유가 중국 시장에 유입될 경우 범용 제품군에서 수익성 다소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이란산 저가 원유의 유입으로 범용 제품군에서 일부 수익성 하락이 예상된다"면서 "다만 국내기업 역시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면 원재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꼭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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