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분양 피해 시공사에만 책임..정부 잘못은 '외면'

정부의 도시계획 불이행에 따른 소비자 피해 규정은 없어

입력 : 2013-11-25 오후 5:10:44
[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정부가 하자 보수 아파트에 대해 수분양자의 권리를 강화했다. 시공사의 허위·과장 광고에 대해 소비자의 피해를 막기 위함이다. 하지만 피해 규모가 차원이 다른 정부의 허위·과장 광고에 따른 분양 피해 구제책은 마련하지 않아 비난의 여지를 남겼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5일 수분양자의 계약해제권 행사의 편의를 위해 사업자의 대표적인 계약 위반유형을 약정해제권 발생사유로 표준약관에 추가해 아파트표준공급계약서를 개정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해제권 발생사유로는 사업자의 입주지연이 유일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입주 지연 외에 ▲분양주택의 하자가 중대하고 보수가 곤란한 경우 ▲분양광고 등을 통해 계약의 내용이 된 사항과 실제 시공건축물과의 차이가 현저한 경우 ▲이중분양으로 인해 분양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불가능한 경우 ▲그 밖에 계약의 중요한 사항을 위반한 경우 등으로 확대했다.
 
모두 시공사의 시공 불량이나 시공사와의 계약서 작성시 약자인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시공사의 잘못은 거주의 불편으로 이어지는데 그칠 수 있지만 정부의 개발 불이행은 주거지 자체의 가치와 연결돼 피해가 더 크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에 대해 책임을 묻는 장치는 마련하지 않았다.
 
잘못된 정부 개발로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 가장 대표적인 곳은 인천경제자유구역 영종하늘도시다.
 
◇인천 영종지구 사업개요(자료=인천경제자유구역청 홈페이지)
 
영종하늘도시에는 당초 섬거주자의 육지 이동 편의를 개선시키기 위해 제3연륙교를 놓기로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건설사는 2009년 합동분양 당시 이를 크게 내세웠다.
 
영종하늘도시는 지난해 7월 입주를 시작했지만 당초 계획이라면 내년 준공했어야 할 제3연륙교는 아직 첫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주무 기관인 국토교통부와 인천시, LH는 책임 떠넘기기 공방만 하고 있다.
 
사업승인권자인 국토부는 기존 민자 연륙교의 최소운영수입보장(MRG) 문제와 일정 기간 추가 교량 금지 조건 계약으로 제3연륙교 건축을 반대하고 있다.
 
인천시는 기존 2개의 연륙교에 대한 손실보상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도 국토부와 손실보전금 해결 방안을 협의하지 않고 건설비를 청라국제도시와 영종하늘도시 조성원가에 전가시켰다.
 
택지를 분양한 LH는 제3연륙교 건설을 위해 5000억원 이상을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맞서고 있다. 국토부, 인천시, LH가 발주한 제3연륙교 건설에 따른 보전 비용은 1조2000억원~2조7000억원 수준에 달한다.
 
정부와 지자체의 안일한 사업 운영에 피해는 분양자들에게 돌아갔다. 불황에 기반시설 및 도시계획시설 미비로 2009년 분양 당시 3억원 선이었던 아파트값은 2억원 대로 급락했다.
 
이 밖에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영종지구는 미단시티, 용유무의 문화·관광·레저 복합도시, 영종복합리조트 등이 들어설 예정이었지만 부동산경기침체와 정부기관의 반대로 무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정부 사업 실패로 인한 막대한 피해가 소비자에게 돌아갔지만 정부기관인 공정위는 이에 대한 구제책은 마련하지 않고, 건설사의 시공상 하자에 대한 책임만 확대하는 개정안만 내놨다. 반쪽짜리 구제책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영종하늘도시에 아파트를 지은 H건설 관계자는 "영종의 경우 시공상 불만도 있지만 제3연륙교를 포함한 도시개발 불이행에 대한 불만이 더 크다"면서 "시공 하자는 건설사가 져야겠지만 시행사(LH)의 도시개발 하자에 대한 책임은 왜 규정하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허명 부천대 교수는 "건설사 시공 하자 구제도 중요한 일이지만 피해규모는 정부 개발 계획 불이행하고는 차원이 다르다"며 "최근에는 LH의 자금난으로 한 도시의 개발계획이 약속대로 이행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명확한 규정도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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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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