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네이버 의장 “후배 위한 징검다리가 되고 싶다”

“라인, 숱한 실패 끝에 이룬 성공”
“급변하는 IT업계, 매년 다시 태어나야”

입력 : 2013-11-25 오후 5:51:04
[도쿄=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10년 만에 공식석상에 등장했다. 25일 이 의장은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가입자 3억명 돌파를 기념해 일본 도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업성공 배경과 세간에서 제기되는 의혹, 앞으로 비전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해진 의장은 회사 창업자이자 핵심 경영자로서 네이버가 국내 검색시장 70% 점유율을 달성하고,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통해 해외사업을 일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게 세간의 평가다. 아울러 국내 인터넷산업 역사상 가장 큰 사업성취를 이룬 경영인으로 조명 받고 있다.
 
먼저 그는 라인의 성공 뒷이야기에 대해 설명했다. 이 의장은 “글로벌 인터넷기업을 키우겠다는 신념 아래 검색업체 ‘첫눈’을 인수하고 일본시장을 두드렸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다”면서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를 해외에 전파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느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처럼 고생도 많이 하고, 심신이 힘든 상황에서 나온 게 라인이라는 설명이다. 이 의장은 “언론보도를 보면 인터넷 서비스의 성공은 한 천재의 영감을 통해 나온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 엄청난 시행착오와 실패 끝에 나오는 것”이라며 “과정이 너무 극적이라 가끔씩 ‘깨면 꿈이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재 라인은 일본을 중심으로 전세계 각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크게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국 텐센트의 ‘위챗’과 미국 ‘와츠앱’, ‘페이스북’ 등 유사 글로벌 서비스와의 경쟁에 부닥쳤다는 우려를 내놓기도 한다.
 
특히 텐센트의 경우 올해 마케팅비용으로 2000억원을 썼으며, 내년에는 3000억~4000억원을 책정했다. 이에 대응하려면 네이버는 연간 순이익 전부를 마케팅에 써야할 판국이다.
 
이해진 의장은 “이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어쩌나 늘 스트레스에 휩싸이곤 한다”며 “사실 네이버가 사업을 잘 한다고 하지만 구글과 페이스북에 비하면 규모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작다”고 말했다.
 
따라서 “매년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절박감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게 이 의장의 지론이다. 다만 “네이버는 현지시장에서 순수 실력으로 구글과 싸워서 이긴 얼마 되지 않은 인터넷회사”라며 “특유의 사업감각과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한번 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일부 언론에서 제기하는 ‘은둔경영’과 ‘황제경영’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대외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 뒤에서 회사를 조종하고 있다는 게 비판의 요지다. 이에 이 의장은 “선배 사업가들에게 조언을 구한 결과 사업과 서비스에 집중하고 대외업무는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사업은 정답이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앞으로 10년 뒤 어떤 모습일 것 같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5년 뒤 미래조차 예측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지만 깨끗하고 훌륭한 기업을 만들고 싶다”며 “비록 실패하더라도 후배들이 자신의 징검다리 삼아 큰 일을 이룰 수 있다면 만족한다”고 밝혔다.
 
◇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사진=최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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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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