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여야간 대화 시도는 있지만 냉각된 정국을 풀기에 역부족이다. 도리어 천주교 시국미사, 임명동의안 처리 문제로 정국은 악화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26일 민주당이 제안한 4인 협의체를 검토하기 위해 긴급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전날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를 만나 여야 대표, 원내대표 등 4명이 ▲ 정부기관 대선개입 의혹 특검•국정원 개혁 특위 ▲ 경제활성화 법안•내년 예산안 처리 ▲ 기초단체 정당공천제 폐지 등 정치개혁 등 3대 현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황 대표는 정치쟁점에서 예산안은 분리해 따로 떼서 심의하자고 역제안했다.
특검 수용 여부가 합의된다면 꽉 막힌 예산안 처리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도 있어 보였다.
그러나 회의에 참석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특검에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이 특검에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면서 4인 협의체와 예산안 처리 제안은 없던 것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긴급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News1
여야간 대립을 풀려는 움직임은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도 나타났다.
이날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중진의원 10명이 정국 정상화 해법을 모색하는 오찬 회동이 열리기도 했다.
새누리당에서는 이병석 국회부의장, 남경필 의원, 김태환 의원, 정병국 의원, 송광호 의원이 참석했고, 민주당에서는 박병선 부의장, 김성곤 의원, 우유근 의원, 유인태 의원, 원혜영 의원이 참석했다.
이병석 부의장은 “최근 여야의 강대치 현상은 대한민국 정치가 없어지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는 위중한 상황까지 왔다”고 우려하며 회동에서 나온 의견을 지도부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도부간 총력전을 벌이고 있어 이들만으로는 사태를 해결하기 부족해 보인다.
회동에 참석한 한 의원은 “여야 의원들간 식사 한번 하는 자리가 뉴스가 될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며 “이번 한번 모임으로 성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여야간 갈등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기는 커녕 여러가지 변수로 오히려 장기화가 예상되는 국면이다.
지난 22일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규탄하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지부 시국미사에서 박창신 원로신부는 북한 연평도 포격 사건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새누리당은 정의구현사제단을 종북으로 규정하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윤상현 새누리당 수석부대표는 “신앙 뒤에 숨어 친북, 반미 이념을 가지고, 또 종교 제대 뒤에 숨어 반정부, 반체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종북의 길을 맹종하는 신앙의 정체가 도대체 무엇이냐”며 “민주당도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지 말고 이들의 주장에 대해 분명히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시국미사에서 나온 문제 발언은 개인적 의견이라고 선을 긋고, 새누리당이 ‘종북몰이’를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전병헌 원내대표가 “집권 여당이 주장하는 ‘종북’이 아니라 ‘종박’의 문제가 심각한 게 아닌가 스스로 자인하는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비판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문제도 해답이 보이지 않는다.
야당은 문 후보자가 KDI 재직 시절 유흥접객원을 고용했다가 적발된 업소에서 법인카드로 40만원을 사용하는 등 도덕적 하자가 있다며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국회운영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은 박 대통령이 문 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곧 임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 반대를 무릅쓰고 박 대통령이 문 후보자를 임명할 경우 여야 관계는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정국 냉각이 장기화되면서 내년 예산안이 올해 통과되지 못할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예산안 통과가 안될 경우 일자리 예산, 양육수당, 실업교육 예산 등이 제외된 ‘준예산’안이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