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한승기자] 신형 제네시스에는 디젤 모델이 없다. 이로 인해 유럽시장 공략을 선언한 신형 제네시스가 효율을 중시하는 유럽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일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6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신차발표회를 갖고 2세대 제네시스를 전격 출시했다.
이날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제네시스는 유럽을 비롯한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세계 명차들과 당당히 경쟁할 것"이라며 야심찬 도전장을 내던졌다. 자동차 본고장임에도 국내 프리미엄 승용차가 쉽게 다가갈 수 없었던 유럽시장을 신형 제네시스로 공략해 보겠다는 의지였다.
현대차는 신형 제네시스에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G330과 G380 모델을 내놨다. 아울러 아직 디젤 엔진을 탑재할 계획은 없다고 공언했다. 가솔린의 장점인 정숙성이 프리미엄 차량인 신형 제네시스 품격에 맞다고 본 것이다.
현대차의 행보와는 반대로 최근 유럽시장을 비롯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는 디젤엔진이 각광받고 있다.
디젤엔진은 가솔린 엔진보다 효율성의 기본 척도라고 할 수 있는 연비가 우수하다. 이는 연료비의 절감으로 이어진다. 더욱이 최근에는 기존 디젤엔진의 약점으로 지적되던 소음과 진동까지 크게 개선돼 가솔린에 견줘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이 같은 장점이 효율을 중시하는 유럽 소비자들의 구미를 끌고 있어 최근 유럽시장에서는 디젤차량의 판매 비율을 높여가고 있다. 일종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것. 때문에 유럽시장이 효율성 위주로 흘러가는 상황에서 과연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신형 제네시스가 시장 안착에 성공할 지를 놓고 의문이 제기됐다.
현대차가 유럽시장에서 라이벌로 꼽고 있는 차량은 BMW 5시리즈와 벤츠 E클래스다. 디젤엔진을 탑재한 BMW 520d 모델과 벤츠 E220 CDI 모델을 신형 제네시스 3.8GDi 모델과 비교해 보면, 신형 제네시스의 연비가 최대 절반 이상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대차 제네시스 3.8GDi와 BMW 520d, 벤츠 E220 CDI의 제원 비교.(자료=각 사)
각 모델별 연비를 보면 520d가 19.6㎞/ℓ, E220 CDI가 14.8㎞/ℓ인 반면 제네시스는 9.0㎞/ℓ에 불과하다. 520d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준. 신형 제네시스가 유럽시장 공략을 선언한 상황에서 낮은 연비는 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신형 제네시스의 제원이 경쟁차량에 비해 부족한 것만은 아니다. 힘의 척도인 출력 면에서는 제네시스가 경쟁차량들을 두 배 가까이 압도한다.
신형 제네시스 3.8 GDi 모델의 경우 최고출력이 315마력에 달하지만 520d와 E220 CDI의 경우 각각 184마력, 170마력에 불과하다. 경쟁차량이 2000cc급인데 반해 신형 제네시스는 3800cc급으로 배기량이 크기 때문에 출력도 우수하다.
그럼에도 최근 자동차의 성능을 바라보는 관점이 연비와 토크 위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럽 공략에 대한 확신을 갖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현대차는 낮은 연비가 유럽시장 공략에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황정렬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상무는 "디젤의 성능이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 프리미엄 승용차에서는 가솔린"이라며 "유럽시장을 공략할 계획이지만 유럽보다는 미국을 겨냥한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신형 제네시스는 연비가 조금 떨어지지만 상품적인 측면에서는 유럽 경쟁차에 비해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며 "시장의 요구가 있을 경우 디젤모델을 개발할 준비는 돼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내년 상반기 유럽시장에 신형 제네시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와 함께 판매가 본격화되는 내년에 국내 3만2000대, 해외 3만대 등 총 6만2000대를 판매 목표치로 잡았다.
현대차의 선택이 옳았는지는 시장의 답을 통해 알 수 있게 됐다. 모든 열쇠는 시장이 쥐게 됐다.
◇현대차 신형 제네시스.(사진=현대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