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면서 혁명을 부르짖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1일(현지시간) 가디언 등 외신들은 우크라이나 정부와 유럽연합(EU)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연기된 여파로 발생한 시위대 규모가 35만명까지 불어났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2004년 친서방 성향의 빅토르 유셴코 정권이 부정선거를 저질렀다며 벌어진 '오렌지 혁명' 이후 최대규모다.
지난 24일 우크라이나 정부가 유럽 대신 러시아와의 공조 강화를 선택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간 이후 10만명의 시민이 키예프 거리로 쏟아져 나오더니 이날 그 규모가 3배 이상 증가했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유리 루셴코 전 내무부 장관은 "이제는 시위가 아닌 혁명이다"라며 "우리의 목표는 명확하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한 전직 국가안보 자문위원은 "대통령이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것"이라며 "평화롭게 시작한 시위가 혁명으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날 푸른색 EU 깃발을 들고 키예프 독립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평화롭게 시위를 시작했으나, 곧 '혁명'과 '폭정 타도'와 같은 구호를 외치며 유럽과 재협상에 들어갈 것을 촉구했다.
불도저를 몰고 진압대에 돌진하는 장면이 연출되는가 하면 사회주의 지도자인 블라디미르 레닌의 동상을 쓰러뜨리려는 시도도 있었다. 이에 경찰은 섬광수류탄과 최루탄을 발포하며 진압에 나섰다.
이처럼 시위가 격화되면서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당장 퇴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수도 키예프에는 "강도무리를 쫓아내고 우크라이나의 영광을 되찾자"는 시위대의 구호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며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리나 토마스헨코 전업주부는 "대통령은 우리의 자녀들을 진압하기 위해 공권력을 동원했다"며 "그를 자리에게 끌어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시위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업은행인 스탠다드앤드차타드의 한 분석가는 "반정부 시위가 탄력을 받았다"며 "앞으로도 며칠 간 시위는 확산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경찰이나 보안 기관을 통해 시민 통제를 더 강화하든 FTA 협상을 다시 추진하든 한쪽을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우크라이나 정부 대변인은 "수도에서 벌어지는 시위는 정부의 통제 아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