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정부의 투자 독려에도 기업들의 움직임은 크지 않았다. 오히려 3분기 기준 500대 기업의 투자는 움츠려 들었다. 특히 삼성, SK, LG 등 재계 순위 상위 그룹들이 투자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가 3일 500대 기업 중 296개사의 3분기 누적 투자(유무형자산취득) 실적을 조사한 결과, 총 94조575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95조5190억원) 대비 1% 줄어든 수치.
재계 순위 상위 재벌그룹들의 투자 감소폭이 컸다. 500대 기업 내 30대 그룹 155개사의 투자액은 68조25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 10대 그룹은 4.1%, 5대 그룹으로 좁히면 6%의 감소폭을 기록했다. 실제 투자를 집행할 여력이 있는 재벌그룹들이 투자를 소홀히 하면서 전체 산업경기를 위축시켰다는 분석이다.
이 기간 30대 그룹 매출은 1.9% 늘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0.6%, 7.8% 줄었다. 10대 그룹은 매출과 영업이익·순이익 증가율이 각각 3.4% 4.8% 3.1%로 30대 그룹 평균을 크게 상회했고, 5대 그룹은 증가율이 각각 5.7%, 12.1%, 12.9%로 더 큰 폭의 실적개선을 보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매출 증가율이 1.5%에 머물고 실제 수익지표인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29.7%, 3.5% 줄어든 30대 그룹 밖 141개 중견기업들의 투자액은 26조3197억원으로 11.5% 크게 늘었다.
이처럼 대기업들의 투자 감소폭이 두드러진 것은 30대 그룹 총 투자액의 23%를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투자를 18.6%나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를 제외할 경우 30대 그룹 투자 증가율은 0.3% 플러스로 돌아선다.
10대 그룹 중 투자를 늘린 곳은 현대자동차와 롯데,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 4곳이었고, 삼성과 SK, LG, GS, 한진, 한화 등 6개 그룹은 투자를 줄였다.
투자 증가율 1위는 17.8%를 늘린 포스코로 나타났다. 이어 현대중공업(10.0%), 현대자동차( 8.6%), 롯데(5.8%) 순이었다.
반대로 투자를 가장 많이 줄인 곳은 GS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1.1% 줄었다. 이어 한화(-16.5%), 삼성(-12.7%), LG(-7.3%), 한진(-5.7%), SK(-2.5%) 등도 투자를 줄여 당초 투자 활성화 약속을 무색케 했다.
30대 그룹 가운데는 에쓰오일과 대우건설의 투자 증가율이 각각 169.7%, 149.9%로 전년 동기 대비 2배를 넘었다. 현대(12.0%), 두산(10.8%), 현대백화점(4.5%), CJ(2.3%), 금호아시아나(1.2%), LS(0.02%) 등 10대 그룹 포함 투자실적이 플러스를 기록한 곳은 12곳에 불과했다.
투자를 가장 많이 줄인 곳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STX로 65.3%를 기록했다. 이어 동국제강(-44.3%)도 감소폭이 40%대를 넘었으며, 대우조선해양(-33.2%), 효성(-28.7%), 영풍(-28.4%), OCI(-26.1%), 동부(-18.9%), 대림(-18.7%), KT(-10%) 등도 부진한 투자실적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