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은기자] 2008년 금융 위기 전만 해도 미국은 이머징마켓을 포함한 세계시장에서 막대한 수입을 하는 '큰 손'의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미국은 세계시장의 ‘소비자'로 불리기 보다는 이머징마켓의 '경쟁자'로 칭하는 것이 더 어울리는 나라가 됐다.
쇼핑중인 미국 시민들(출처=로이터통신)
2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은 1999년 이래 크게 줄어든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규모와 해외투자, 셰일가스 등 내부 자원탐사와 생산 규모의 급증 등을 근거로 미국에게 세계 시장의 ‘소비자’ 역할을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다고 보도했다.
시티그룹의 집계에 따르면 에너지를 제외한 미국의 수입은 1994년 GDP의 7% 수준에서 2000년에 12%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그 후 수입은 계속 정체를 보여오고 있다.
이에 따라 2006년 3분기 GDP의 6%에 달했던 미국의 무역 적자도 올 2분기에는 GDP의 2.5%수준으로 줄었다. 무역적자는 수입이 수출을 능가할 때 일어나며 이 수치가 줄었다는 것은 수입량이 줄거나 수출량이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내부의 에너지 생산이 급증하며 에너지 수입량도 감소 추세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올 1월부터 8월까지 8개월 간 미국의 평균 원유 생산량은 730만 배럴로 일일 평균 생산량이 500만배럴이었던 2008년과 비교했을 때 46%나 증가했다. 이러한 추세가 가속화된다면 에너지 수입량 감소로 무역적자 규모는 더 축소될 전망이다.
해외 투자액의 감소도 눈에 띈다. 국제금융협회(IIF)의 10월 예측에 따르면, 내년 이머징 마켓을 포함한 해외로의 자본 투자금액은 1조달러로 줄어들 것이 전망된다. 이는 작년 1조2000억달러를 하회하는 수치다.
마노주 프라드한 모건스탠리 이머징마켓 담당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경제성장은 이제 제로섬 게임의 양상을 띄며 둔화될 것”이라면서 “위기 이전에는 미국의 성장이 글로벌 성장을 담보했지만 이제는 보장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미국이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GDP 규모가 2000년 31%에서 올해 22%로 축소돼온 것도 미국의 경제성장이 세계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든 원인으로 꼽힌다.
구스타보 레이스 뱅크오브 메릴린치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성장률이 1% 포인트 늘면 세계 경제성장률이 0.4%포인트 늘어난다는 예측을 내놨다가 최근 0.3%포인트로 수정 전망했다.
레이스는 “미국 경제의 회복이 아직도 글로벌 경제에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다른 나라에 미치는 영향력은 줄어들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