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90억달러의 대규모 경기부양법안이 곧 발효될 예정인 가운데 이제는 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집행하느냐의 문제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경제정책의 성패를 가늠하게 될 전망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 보도했다.
천문학적 액수의 이 돈 가운데 24.1%가 각 부처에 할당돼 에너지 효율화 정책이나, 건설, 초고속인터넷망 확대 등의 사업에 투입될 예정이지만, 정작 이 돈을 집행할 부처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거나 일의 효율성이 떨어져 있어 "부처 개혁"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일례로 WSJ는 미네소타 소재 세이지 일렉트로크로믹스사의 예를 들었다. 연료효율 유리창을 생산하는 이 업체는 지난해 초 6천500만달러가 소요될 예정인 공장 신축을 위해 연방정부의 대출 심사를 신청했지만, 담당 부서인 미 에너지부(DOE)가 지금까지 승인을 하지 않아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사업은 오바마 대통령이 밝힌 에너지 효율화 정책과 직접적 관련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250개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가능케 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회사 재정담당 책임자는 "이런 식이라면 연말께나 가서야 승인이 날 수 있을 것 같다"며 "절차를 좀더 신속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기부양법안에서 고속도로나 인터넷망 확대 등의 공공사업에 편성된 예산은 약 1700억달러. 이 가운데 400억달러가 에너지부에 돌아갈 예정이다. 에너지부의 기존 예산이 250억달러에 불과한 실정이고 보면 두개 가까운 예산이 추가로 편성되는 셈이다.
신임 에너지부 장관인 스티븐 추는 "경기부양계획이 성공하려면 에너지부의 업무를 일신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했다.
에너지부의 고위 관료를 역임했던 카렌 하버트는 "예산을 집행하기 위한 더 많은 인력과 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감시할 더 많은 감독관 뿐 아니라, 각종 규제를 보류 또는 폐기할 더 많은 자유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농촌지역의 인터넷망 확대를 위해 약 70억달러를 배정받게 될 미 상무부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고작 1700만달러의 관련 예산을 집행해온 상무부가 이 막대한 예산을 실행하려면 8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미 의회예산처는 지적했다.
[뉴욕=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