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핵심 부동산공약 1년 만에 '空약'

행복주택 공급 축소, 목돈안드는전세Ⅰ 사실상 폐기

입력 : 2013-12-03 오후 4:24:43
[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박근혜 정부의 핵심 부동산 공약이 축소됐다. 지역 반대가 심한 행복주택은 규모를 줄이기로 했고, 사용자가 없는 목돈안드는 전세제도Ⅰ은 혹시 모를 사용자를 위해 이름만 남겨놓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3일 4.1, 8.28부동산대책 후속 조치로 행복주택 공급을 6만가구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 임기 동안 20만가구를 공급키로 했던 행복주택은 14만가구 축소됐다.
 
줄어든 물량은 국민임대와 민간임대주택으로 대체 공급키로 했다. 당초 2017년까지 6만 가구 공급 예정이던 국민임대는 11만 가구로 늘고, 5만 가구 규모였던 민간 임대는 6만 가구로 확대된다.
 
도태호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사회활동이 왕성한 계층을 위한 행복주택과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국민임대주택 등을 균형있게 공급하기 위해 공공임대주택 공급계획을 조정한다"고 설명했지만 결국 무리한 사업 추진이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현실과 타협할 수 밖에 없는 공약으로 정책 후퇴만 가져왔다.
 
지난 5월 행복주택 시범지구는 가좌·오류동·잠실·송파·목동·고잔·공릉지구 등 7곳이 지정됐다. 현재 가좌와 오류동만이 지구지정된 상태다. 나머지 지구는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국토부는 후속 조치를 발표하며 주민들의 공감을 얻어낼 방안이 마련됐다며 나머지 지구에 대해 지구지정을 심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여전히 강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어 국토부 계획대로 지구지정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목돈지구 해당 자치구인 양천구 주민들은 내일 오후 목동현대백화점 후문 앞 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행복주택 지구지정 반대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신정호 목동행복주택 건립반대 주민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국토부가 박근혜 대통령 핵심공약인 행복주택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며 "그 결과 세대간 갈등은 물론, 주민들간 갈등, 더 나아가 지역 간 갈등까지 유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토부는 나머지 물량을 국민임대 등으로 전환한다고 했지만 이 사업은 계속 돼 왔고 또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유지돼야 하는 '당연한 사업' 이러난 점에서 '행복주택 대신' 이라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란 비판이 나올 법 하다.
 
◇행복주택 오류동지구 내 역사 전경(사진=한승수)
 
집주인 담보대출 방식이 목돈안드는 전세제도Ⅰ은 사실상 폐기된다.
 
국토부는 집주인 우위 전세시장에서 이용활성화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금융 혜택을 연장하기 않기로 했다. 목돈Ⅰ을 이용할 경우 LTV는 70%에서 60% 완화되고, DTI는 은행 자율에 맡겨진다.
 
4.1부동산대책에 따라 시행됐지만 11월 말까지 이용자는 단 2가구, 이용액 1400만원에 불과했다.
 
국토부는 2건 모두 자력으로 전세자금을 대출받기 어려운 70대 세입자를 위해 집주인이 대출 받은 경우로 틈새상품으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은행이 자율적으로 운영토록 했다. 명목만 남은 사실상의 상품 폐기다.
 
김천석 오메가리얼티 소장은 "행복주택의 경우 정부에서 정책을 입안할 때 경제성이나 상업성에 대한 세부적인 검토 없이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부동산 관련 공약들이 현실적인 문제들에 부딪쳐 결국 수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공급자 위치에 서서 고민만 했다. (행복주택사업은) 채산성이 맞지 않고 또 기술적으로도 검토도 안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또 철도부지의 경우 사업을 하는데 단가가 엄청 높게 책정돼 있고 사전에 이미 철도부지는 경제성이 없다는 결과가 나와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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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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