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판대장' 오승환이 4일 오후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 입단 조인식을 마무리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오승환, 나카무라 가즈히로 한신 타이거즈 단장. ⓒNews1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한국 최고의 마무리 투수'의 타이틀을 떨치고 일본 무대를 향해 항해를 시작한 오승환의 표정은 밝았다. 낯선 환경을 맞는 데 대한 두려움을 느낄 수 없었다. 당당했지만 교만하지 않았고 겸손했지만 주눅들지 않았다.
오승환(31)은 4일 오후 3시 서울 리츠칼튼호텔 그랜드볼룸서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 입단 조인식을 가졌다. 행사에는 나카무라 가즈히로 한신 단장이 직접 참석해 오승환의 입단을 축하했다.
오승환은 일본의 새 구단에서 뛰는 소감을 담담히 털어놨다. 한신을 택한 이유와 평소 비교되던 한신 출신 후지카와 규지에 대한 생각, 연투와 구종 변화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지난 9년동안 뛰던 삼성 라이온즈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내비쳤다.
다음은 오승환(이하 오), 나카무라 가즈히로 한신 타이거즈 단장(이하 나카무라)과의 일문일답.
- 한신에 입단한 소감은.
▲(오)한신 타이거즈 오승환입니다. 삼성 대신에 한신이란 말을 붙이려니 어색하다. 추운 날씨에 여기까지 와주신 기자, 관계자 여러분에게 정말로 감사하다. 한국에서 조인식을 갖게 해준 한신 미나미 회장, 나카무라 단장에게 감사하다. 삼성 송삼봉 단장에게도 진심으로 감사하다. 일본 프로야구 명문 한신에 입단해 영광으로 생각한다.
-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도전을 한다.
▲(오)내년부터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타자들과 상대한다. 긴장이 된다기 보다는 설레고 힘이 솟는다. 일본으로 진출한다고 해서 마음가짐이 변하거나 욕심을 내진 않을 것이다. 한국에서 해왔던 대로 매 경기 집중을 하겠다. 팬 한분에게 "국내에서는 삼성 팬들만 나를 응원해줬다. 이제는 대한민국 국민이 나(오승환)를 응원할 것이다"라는 말을 듣고 울컥했다. 그동안 '한국의 최고 마무리'라는 분에 넘치는 칭찬을 받았다. 새로운 무대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일본에서도 최고의 마무리 투수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한신의 우승에 보탬이 되겠다.
- 한신 입단으로 친정팀 삼성을 떠나야만 됐다.
▲(오)삼성에 감사하다. 프로 입단 이후 삼성을 떠난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누구나 9년간 운동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외진출을 허락해주고 원하는 방향으로 선택하도록 배려해주신 삼성 김인 사장님 송삼봉 단장님, 류중일 감독님과 코치님에게 감사하다. 내 야구인생 마지막 공은 반드시 삼성에서 던지겠다.
- 수많은 구단이 오승환에게 구애를 표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팀도 있던 것으로 안다. 일본에서도 여러 구단이 있다. 왜 한신을 택했나.
▲(오)에이전트인 김동욱 대표와 이적할 팀을 신중하게 택했다. 이적할 팀을 고려할 때 많은 팀에서 제가 채워야 할 역할을 다 했을 때 우승까지 가능한 전력을 가진 팀을 택했고, 그 기준에 맞는 팀이 한신이었다. 처음 만날 때부터 진심으로 대해줬던 것들이 처음부터 진지함과 진심으로 대해줬던 것이 크지 않았나 싶다.
- 한신 팬들이 매우 열성적이다.
▲(오)한신 팬들은 한국 롯데 팬보다 더욱 열성적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 점을 염두하기보다는 내 모습을 잘 보이면 된다. 성적이 좋지 못하면 (비판과 비난을)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 언론을 통해 제가 잘 못했을 때 나올 비판은 신경쓰지 않겠다. 일본어를 잘 모른다. 좋은 점만 생각해서 잘 하겠다.
- 한신은 오승환에 대해 언제부터 관심을 가졌나.
▲(나카무라)전부터 관심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5월부터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졌다. 처음 봤을 때 느낀 점은 '277세이브를 한 투수다운 대단한 투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직구와 슬라이더, 두 종류를 주력으로 사용하는데 일본서도 두 구종이 통할 것으로 본다.
- 오승환만을 맡을 전담 홍보직원이 있다고 들었다. 그것이 맞는가. 과거에 그러한 사례가 있었나. 있다면 어떤 의미를 지니나.
▲(나카무라)앞으로 구단에서 더욱 상의해야 하지만, 미디어에서 많이 찾아올 것이기 때문에 향후 전담직원을 붙일 생각을 하고 있다. 한신에서는 미국 선수들에게 붙인 적은 없다. 다른 구단의 선수에게는 파악을 하지 못했다.
- 삼성에서 새롭게 마무리를 맡을 선수에게 하고 싶은 말은.
▲(오)삼성은 안지만 선수나 내년에 돌아올 권오준 선수나 충분히 좋은 마무리 투수다. 내가 빠졌다고 해서 전력의 유출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오승환(왼쪽), 나카무라 한신 타이거즈 단장. ⓒNews1
- 오늘 보도를 보니 나카무라 단장이 오승환 선수가 단순히 1이닝 뿐만 아니라 더욱 던진 기록이 있는 점에 인상깊었다고 말한 보도가 있었다. 오승환 선수가 볼때 어느 정도가 적정 이닝이라고 보는지.
▲(오)마무리 투수는 한 경기 한 경기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실패할 수도 있지만 연연하지 않고 준비해야 하며, 1년이라는 시즌동안 한 경기가 아니라 120경기 이상을 하기에 한 경기에 감정이 흐트러지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부상에 조심해야 한다고 본다. 마무리 투수가 빠지면 팀 전체의 마운드 구상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 연투가 가능한가. 최대 얼마만큼 던져봤나. 마무리 투수의 연투에 대한 생각은.
▲(오)4이닝까지 던져봤다. 연투에 대한 부담도 없다. 다른 마무리투수보다 자신있다. 마무리투수는 한 시즌을 뛰면서 팀이 필요로 하면 항상 준비를 해야 한다. 솔직히 정해진 것은 없다고 보고, 상황에 따라 1이닝 이상 던질 수도 있다고 본다. 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나설 수 있도록 한 해동안 내내 준비해야 한다. 일주일에 6경기 다 나갈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
- 몇년 전 일본에서 이중 키킹 동작을 지적한 적이 있다
▲(나카무라)한국서 큰 문제가 없었고, 일본에서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오)내 동작은 이중 동작이 아니라 자연스런 동작이다. 이중동작이라고 볼 수 없다. 항상 일관되게 나오는 동작이다. 처음 입단할 당시 KBO가 관련 비디오 테이프를 만들어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의뢰해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소견을 들었던 것으로 안다. 국제 대회에서도 투구 폼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들은 적이 없다.
- 지난 9년간 가장 의미있었던 순간은
▲(오)9시즌을 뛰면서 매 경기가 소중했다. 굳이 1경기를 꼽자면 시간이 많이 지나지 않은 2013년 한국시리즈 7차전이 가장 기억이 많이 남는다. 프로 최초라는 타이틀이 많이 붙었다. 프로 최초 통합 3연패였고, 1승3패 뒤 3연승으로 우승을 했다. 우승을 하면서 해외로 진출하게 돼 기억에 많이 남는다.
- 일본에서 마무리로 활약했던 KIA 선동열 감독의 조언이 있었나
▲(오)따로 내게 조언을 해준 것은 없었다. 어제도 인사를 드렸다. 선 감독님이 선택을 잘 했다고 말했다. 지금 하던대로 하면 잘할 것이라고 말해줬다.
- 구체적인 세이브 숫자를 구상하고 있는 것이 있나.
▲(오)아직 시즌이 시작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적을 놓고 말하기는 정말 곤란하다. 어느 정도 성적을 낸다는 생각은 아직 하지 않고 있다. 그저 매 경기에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 뿐이다. 일단 실패를 최소화 하는 것이 목표다. 블론 세이브를 줄이겠다는 생각 뿐이다. 세이브 상황됐을 때 나가서 선발투수들의 승리를 지켜주는게 목표다. 다만 개인 타이틀을 딴다는 것은 팀이 그만큼 좋은 성적을 낸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는 개인 성적을 잘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국제 대회에서 일본 선수들을 상대했을 당시 받았던 느낌은.
▲(오)아시아 시리즈에서 일본 선수들을 상대해봤다. 아시아 시리즈는 단기전이었다. 몸 상태가 100%가 아니었다. 그게 단기전에서 보여지는 것보다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 한신에서 뛰었던 후지카와 규지(현 미국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비교가 많다.
▲(오)후지카와와 비교를 많이 하는데 그 선수는 그 선수 나름의 장점과 단점이 있다. 나는 내가 한신에서 해야할 부분을 착실하게 하겠다. 기회가 된다면 후지카와가 세운 한 시즌 최다 46세이브도 깨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차근차근 세이브를 따내겠다.
- 새로운 무대에 적응하기 위해 새로운 구종을 준비하는 것이 있는가.
▲(오)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보다 상황에 따라서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가끔 던지던 변화구도 던질 준비는 돼 있다. 구종은 기본적으로 직구, 슬라이더로 간다. 다른 변화구가 필요하다면 상황에 맞게 변화를 시도할 수도 있다. 아직까지는 내 투구 스타일에서 변화를 줄 생각은 없다.
- 요미우리 강타자 아베를 잘 막을 자신이 있는지.
▲(오)요미우리와 붙어도 다를 것은 없다. 아베는 강타자로 알고 있다. 같은 팀의 (이)승엽 형에게 말을 많이 들었다. 마운드에서 상황에 따라서 달라진다. 지금 그 선수를 어떻게 상대하겠다고 말을 할 순 없다. 누구든 정면 승부를 하겠다. 개인적으로는 상대를 해보고 싶다는 타자는 없다. 타자를 생각하기보다, 내 피칭이 중요하다. 내가 나가는 상황은 항상 긴박하다. 타자를 염두에 두지 않겠다. 물론 일본에 강타자가 많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오승환(왼쪽)과 나카무라 한신 타이거즈 단장이 오승환이 입을 유니폼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News1
- 팀내에서 한국어 공부를 하는 바람이 불고 있다고 들었다. 나카무라 단장은 한국어를 어느 정도 하나.
▲(나카무라)아직은 어색한 편이다. 앞으로 한국어 공부를 더 하도록 하겠다.
- 야구 외적으로 두려운 건 없나.
▲(오)두려움 보다는 기대하는 것이 더 크다.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일본을 접하진 않았지만, 혼자 생활하는 게 익숙하다. 더욱 좋은 환경에서 뛰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 오사카 환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오)다른 지역과 다르게 걷다 보면 한국말이 적잖게 들어서 친근했다. 메뉴가 한국 말로 된 것이 많아 생활에 전혀 불편이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 고시엔에 가본 적이 있나. 고시엔에 대한 느낌이 있다면.
▲(오)TV로 많이 봤다. 역사가 깊은 곳이기 때문에 거기서 뛴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바인데, 설레고 기대를 많이 한다. 이번에 가서 느껴보고 싶다.
- 22번을 달게 됐다.
▲(오)한신에서 제안했다. 21번을 달고 있는 선수가 있어서 그 번호를 뺏긴 싫었다. 그 선수의 기분이 나쁠 것이다. 구단에서 주는 번호를 받아서 쓰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 번호가 22번을 달게 됐다.
- 표정이 변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많다. 언제부터 그랬나.
▲(오)일부러 표정 관리를 한 적은 없다. 팬 분들이 관심이 많아 조명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일부러 포커페이스를 한 적은 없다. 언제부터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웃을 일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