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서지명기자] 은행이 퇴직연금을 유치하더라도 자산을 자사 예금 등에 넣을 수 없도록 감독규정이 바뀜에 따라 뿌리깊은 퇴직연금 역마진 구조가 개선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장기적인 저금리 기조로 인한 저금리 역마진 가능성 역시 퇴직연금 자산의 자본시장 유입을 통해 일정부분 해결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신탁계약 자사상품 비중 축소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연금자산의 자본시장 투자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퇴직연금 신탁계약시 자사상품 편입을 현행 50%에서 단계적으로 축소해 내년에는 30%, 2015년에는 전면 금지토록 했다.
은행들은 그동안 퇴직연금을 자사 예금으로 유인하기 위해 고금리 경쟁을 벌여왔다. 이 때문에 역마진 가능성이 커졌고 은행의 고금리 경쟁에 생보사, 증권사 등 여타 금융사들도 줄줄이 역마진을 감수하며 경쟁에 동참했다.
예컨대 기존에는 국민은행이 퇴직연금을 유치했다면 국민은행 예금 등에 자산 편입이 가능했다. 때문에 시장금리 이상의 높은 금리 상품을 내놓고 투자자들을 유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활성화 방안대로 자사상품 편입이 전면 금지될 경우 경쟁사 상품을 편입해야 함에 따라 사실상의 금리 경쟁이 어려워지면 과다경쟁이 잦아들 수 있을 전망이다.
조영만 IBK기업은행 퇴직설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미 지난 4월부터 자사원리금보장상품 운용비율을 기존 70%에서 50%로 바꿔 고금리 경쟁이 잦아들었다"며 "단계적으로 전면 금지될 경우 고금리 경쟁은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험투자자산 유입으로 수익률 높여야..IPS 도입이 대안
저금리에 따른 역마진을 깨기 위해서는 안전자산에 치중해 있는 퇴직연금 적립금을 실적배당형 자산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현재는 대부분의 기업에 적립금 운용과 관련한 공식적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없는 상황에서 운용 담당자들이 위험부담을 꺼려 원리금보장형상품에 몰빵해 왔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도 최대 투자한도까지 위험자산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정부의 이같은 투자한도 상향 움직임은 위험자산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인식을 높일 수 있다는 효과를 줄 수 있다"면서 "다만 실제로 투자로 이어지도록 하는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관건은 위험 투자 대상의 완화가 아닌 위험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적립금 운용전략을 기술한 투자원칙보고서(IPS) 활성화가 대안으로 나온다.
박홍민 삼성생명 퇴직연금연구소 소장은 "퇴직연금 적립금의 특성에 맞게 기업이 중장기 자산운용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 IPS 작성이 의무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IPS(Investment Policy Statement)는 자산운용을 위해 큰 원칙을 정해놓은 일종의 지침서다. 이 지침서는 단기적인 자산변동성에 휘둘리지 않고 중장기 관점에서 일관되게 자산을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김성일 제로인 퇴직연금연구소장은 "퇴직연금 투자대상 활성화의 본질은 규제완화가 아닌 위험을 통제할 수 있는 대안을 내놓는 것"이라며 "저금리 기조는 더 심화되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사용자들은 IPS 작성을 통한 적립금 운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객들이 한 시중은행 지점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