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퇴직연금 투자규제 완화..증시에 원군될까

DB형, 주식투자 가능하지만 98% 안전자산에 '몰빵'
"위험자산 투자제한 없애야"

입력 : 2013-12-05 오후 6:07:43
[뉴스토마토 서지명기자] 퇴직연금의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규제가 일부 완화됐다.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의 상장주식 투자를 허용하고, 확정급여형(DB)의 주식 및 채권 투자 한도는 완화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통해 수익률을 높여 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높이고, 자본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원금보장형 상품에 매몰된 퇴직연금 자산이 실제로 자본시장으로 유입되고, 수익률 향상에 보탬이 될 수 있을지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자료=금융위원회>
 
이 방안에 따르면 현재 상장주식 투자가 금지되고 있는 퇴직연금 DC형의 투자금지 조치가 풀린다. DB형은 상장주식의 경우 적립금의 30% 이내, 주식 및 혼합형펀드는 50% 이내로 투자제한을 받고 있지만 앞으로 이 한도가 늘어나게 된다.
 
DB형은 근로자가 퇴직시에 받을 퇴직연금이 근무기간과 평균임금에 의해 사전에 확정돼 있다. 근로자가 받을 퇴직급여가 확정돼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퇴직금 제도와 사실상 같다. 반면 DC형은 사용자(회사)가 매년 연간 임금의 12분의 1 이상을 부담금으로 납부하고, 근로자가 적립금의 운용방법을 결정한다. 적립금 운용과 관련한 위험을 근로자가 부담한다.
 
문제는 투자위험에 대한 책임이 근로자 본인에게 있는 상황에서 은퇴 자산의 마지막 보루인 퇴직금을 놓고 얼마나 많은 근로자들이 주식투자에 나설지 여부다.
 
DB형의 경우 현재도 적립금의 30%를 상장주식에 투자할 수 있지만, 지난 9월말 기준 DB형의 적립금 98.3%가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생명 퇴직연금연구소가 퇴직연금 담당자 및 퇴직연금 근로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향후 실적배당상품의 비중을 확대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5.3%만이 확대 의향을 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DB형의 경우 지금도 주식투자 가능하지만 운용에 대한 부담이 자금운용 담당자에 쏠려있어 원리금에 몰빵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금융위기 이후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심화된 가운데 얼마나 많은 투자자들이 직접투자에 나설지, 수익률 향상에 기여할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주식투자 허용에 앞서 위험자산 투자제한을 해제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DB형은 적립금의 50%, DC형은 적립금의 40%씩 주식형 및 혼합형 펀드에 대한 투자제한을 받고 있다. 미국이나 호주는 주식형펀드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한도를 100% 허용하고 있다.
 
조영만 IBK기업은행 퇴직설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주식투자를 허용해도 시스템이 뒷받침될 수 있냐의 문제가 있는데 직접투자에 나서는 경우는 극히 제한적이거나 없을 것"이라며 "주식투자 허용을 푸는 것보다 위험자산 투자제한을 해제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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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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