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우리나라와 호주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실질적으로 타결됐다. 즉시 관세철폐 대상인 자동차를 비롯 가전제품 등이 당장 FTA의 수혜를 입겠지만 쇠고기 등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5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정부과천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3일부터 이틀간 한-호주 통상장관 회담을 진행한 결과 한-호주 FTA 협상의 모든 쟁점사항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하고 FTA를 실질적으로 타결했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이어 "상품 양허안과 관련 FTA 발효 후 8년 내 두 나라 간 대부분 교역 품목의 관세를 철폐한다"며 "상품과 원산지, 통관, 식품동식물검역규제협정(SPS), 무역기술장벽(TBT) 등 23개 챕터에 대해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개방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FTA 발효 후 호주는 거의 모든 품목에 걸쳐 관세를 5년 내 철폐할 계획이고, 우리나라는 90.8%(수입액 기준 92.4%)를 8년 안에 없앨 방침이다.
◇2012년 기준 우리나라의 對호주 주요 교역품(자료=한국무역협회)
이 가운데 특히 우리나라의 對호주 자동차 수출이 큰 이득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자동차(관세율 5%~10%)는 수입액 기준 76.6%에 해당하는 가솔린 중형·소형차 등에 대해 즉시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고 나머지 23.4%에 적용되는 관세는 3년안에 폐지한다.
또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관세율 5%)을 비롯 전기기기(5%), 일반기계(5%) 등의 관세도 즉시 철폐되며 자동차 부품(5%)의 관세는 3년 안에 없애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세계 최대의 낙농국인 호주와의 FTA 타결인 만큼 쇠고기 등 농산물은 피해가 예상된다.
우리 측은 한-미 FTA 사례를 따라 호주와도 쇠고기 관세를 15년 동안 매년 2~3%씩 단계적으로 철폐하기로 했다. 다만 쌀과 분유, 과일, 대두, 감자를 비롯 굴, 명태 등 주요 민감품목은 양허 대상에서 제외됐다.
윤상직 장관은 "호주의 농업 부문 개방 요구가 컸지만 보수적으로 협상에 임했기 때문에 한-미 FTA를 넘어서는 수준의 추가적인 양보는 하지 않았다"며 "농수산물 시장의 민감성을 고려해 ▲양허제외 ▲농산물 세이프가드 ▲계절관세 ▲저율할당관세 ▲장기 관세철폐 기간 등 다양한 예외적 수단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는 2030년이면 국내 수입 쇠고기 시장의 95.8%를 차지하는 호주산(56.9%)과 미국산(38.9%) 쇠고기가 물밀 듯이 들어올 예정이기 때문에 농산물 시장 잠식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관계자는 "미국에 이어 호주와의 FTA 타결로 우리나라 농업은 이제 지속성을 보장할 수 없게 됐다"며 "정부는 300만 농민의 앞날을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2월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앤드류 롭(Andrew Robb) 호주 통상·투자장관이 한-호주 통상장관 회담을 열었다.(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정부는 또 기업이 투자 상대국의 법령과 정책 등으로 손해를 입었을 때 국제중재를 통해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투자자국가소송(ISD)조항도 관철됐다. 정부는 호주의 에너지·자원시장에 진출을 염두에 두고 국내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우태희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은 "우리가 지금까지 여러 나라와 FTA를 맺으면서 자동차 부문의 관세를 즉시 철폐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자동차 산업에서 상당 부분 이익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우 실장은 또 "쇠고기 등 농산물 부문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FTA 발효시점을 놓고 볼 때 쇠고기 관세가 미국과 딱 같은 시점에 없어지는 게 아니다"며 "그 사이에 국내 보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우리나라와 호주는 FTA에 대한 기술적 사안과 협정문 전반의 법률적 검토를 마친 후 내년 상반기 중 협정문에 가서명할 예정이며 양국의 국회 비준 절차를 거쳐 이르면 2015년부터 한-호주 FTA가 정식으로 발효될 전망이다.